‘5년 허송’ 거제 해양플랜트산단, 결국 백지화 ‘벼랑’

입력 : 2022-06-19 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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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반대로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시한이 도래한 탓에 거제시 사곡만 일대를 매립해 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해양플랜트국가산단이 들어설 거제시 사곡만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국토부의 반대로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시한이 도래한 탓에 거제시 사곡만 일대를 매립해 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해양플랜트국가산단이 들어설 거제시 사곡만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국토교통부 몽니에 5년째 하세월인 경남 거제 ‘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결국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국토부의 시간 끌기에 어렵게 완료했던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다. 기한 만료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를 넘기면 지난한 협의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거쳐야 한다. 사실상 정상화가 어렵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뒤늦게 재검토에 나섰다.

19일 거제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거제시에 해양플랜트산단 승인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시 관계자는 “며칠 전 국토부 국가산단 부서로부터 사곡산단 승인 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를 준비해 달라는 공문이 왔다”면서 “지금 (제출할 자료를)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2017년 공유수면매립 심의 통과

민간 참여 불투명해 국토부 반대

미착공 시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내달 17일이 사업 만료 시한


거제 해양플랜트산단은 경남도가 2014년 말 정부로부터 유치한 3개 특화산단 중 하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기존 산단과 달리 지자체와 실수요자, 금융·건설사가 손잡고 사업비 전액을 조달하는 국내 최초의 민간 투자 방식 국가산단이다. 개발 방식은 다르지만, 진입도로 건설 국비 지원, 입주기업 조세 감면 혜택 등 인센티브는 동일하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거제시와 한국감정원, 부산강서산업단지(주), (주)경남은행 그리고 SK에코플랜트·쌍용건설·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분을 투자해 특수목적법인(SPC)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주)’을 설립했다. 이들은 사등면 앞바다 301만㎡를 메워 472만㎡ 규모 해양플랜트 모듈생산 특화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추정 사업비는 1조 7340억 원이다.

준비를 끝낸 거제시는 2016년 국토부에 사업 계획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조선업 장기 불황에다 때마침 불거진 조선 빅3 해양플랜트 부실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시장 경쟁력도 약화해 절차가 한동안 중단됐다. 그러다 2017년 2월 최대 난관 중 하나였던 공유수면매립 심의를 통과하고, 그해 7월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까지 마무리되면서 탄력을 받는 듯했다.

남은 건 국토부 중앙산업단지계획심의회 심사였다. 그해 말 진행된 서면 심사에서 민간위원 22명 중 21명(5명 조건부)이 찬성 의견을 냈지만, 국토부가 반대했다. 거제에 사업장을 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이유였다. 100% 민자 사업인 만큼 확실한 담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뒷짐이다.

그사이 사업은 백지화 위기로 내몰렸다. 대규모 매립 사업의 최대 난제는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반영’과 ‘환영영향평가’다. 매립계획은 5년 이내 매립 면허를 받아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효력이 사라진다. 기간만 놓고 보면 이미 올 2월 ‘자동 소멸’이지만, 해양수산부는 유효하다고 봤다. 아직 ‘승인·고시’가 안됐다는 이유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다. 관련 법은 ‘사업계획 등을 승인하거나 사업계획 등을 확정한 후 5년 내 사업을 착공하지 아니한 경우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양플랜트산단은 내달 17일이 5년 만료 시한이다. 이때까지 첫 삽을 뜨지 못하면 초안부터 본안까지 협의를 다시 해야 한다. 최소 2년 이상의 지연이 불가피하다. 찬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재연될 공산이 크다.

거제시는 일단 기한 내 사업 승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도 힘을 보탠다. 서일준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국토부 담당자를 불러 관련 업무를 보고 받고 긴밀한 협의를 주문했다. 서 의원은 “챙길 게 많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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