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한국해양대 남학생 절반에 그친 여학생 승선실습은 성차별”

입력 : 2022-06-19 19: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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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한국해양대 여학생이 승선실습에 참여하는 비율이 남학생의 절반에 그친 것을 두고 성차별이라고 규정하고, 학교 측과 해양수산부에 시정 권고했다. 한국해양대 정문. 부산일보DB 인권위는 한국해양대 여학생이 승선실습에 참여하는 비율이 남학생의 절반에 그친 것을 두고 성차별이라고 규정하고, 학교 측과 해양수산부에 시정 권고했다. 한국해양대 정문. 부산일보DB

한국해양대 여학생들이 승선실습에 참여하는 비율이 남학생들의 절반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승선실습이 졸업 후 취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관행을 방치하는 것은 성차별이고 학교는 이를 시정해야한다고 권고했다.

19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양대 남학생은 80% 이상 현장실습을 하는 반면, 여학생은 39%가 현장실습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인권위는 해양대 측에 승선 실습생 선발 시 성별 균형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고, 해운업계를 관리·감독하는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여학생 현장 실습 비율을 남학생과 동등한 수준으로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최근 권고했다.


남학생 80%·여학생 39% 실습

인권위 “성별 균형 방안 필요해”

남성 위주 해운업계 관행에 제동


해양대는 3학년 과정에 해기사 승선실습을 필수 이수하게 돼 있는데, 여학생은 남학생에 비해 민간 해운회사에 위탁해 실시하는 현장실습 선발 비율이 현저히 낮다. 이에 재학생들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진정을 제기한 재학생들은 해운 분야가 장기간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특성상 남성 위주로 운영돼 온 까닭에 선박 내에 여성 해기사가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미비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 해운회사만 소규모로 여학생을 실습생으로 선발하는 등 여학생의 해상근무 진출에 제약이 많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여성 해기사의 조기 퇴직률 등은 실제 검증된 바가 없음에도, 학교가 해운회사 측의 이해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해운회사는 해당 승선실습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졸업 후 해당 학생들을 채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남성 위주의 해운업계 특성상 여성보다는 남성이 오래 일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어 남성 해기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매몰비용 등을 고려해 승선실습 때부터 남성과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러한 관행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시정해야 할 문제이지 취업의 전 단계인 실습생 선발 등 교육·훈련의 기회에서 여학생을 달리 대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봤다. 인권위 측은 “이러한 관행은 여성이 해운 분야 노동시장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구조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여학생의 현장실습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리·감독 기관인 해수부도 해운 분야의 성평등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내 선박의 내부시설 현황을 점검하고, 해기사 면허 소지 선원에 대한 성별 통계를 구축하는 등 실질적 개선방안과 정책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학교 측은 앞으로 여성 승선실습을 늘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유관기관들과 공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양대 관계자는 “아무래도 민간 쪽에 위탁을 줘서 하다 보니 해운회사에 성별 비율을 강제할 경우 아예 실습생을 받지 않겠다는 곳도 있는 상황이다”며 “권고가 나온 만큼 해수부 측과 행정적인 지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해상노련, 선주협회, 해운협회 등 유관기관의 의견 수렴을 진행해 공론화 시킬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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