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대학가 상권에 최근 무인점포가 크게 늘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건어물 등 식품류를 중심으로 생겨나던 무인점포는 젊은층이 밀집한 대학가에서 복사가게, 꽃집, 스터디 카페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확산한 비대면 문화와 불황 속 인건비 부담, 구인난 등이 겹쳐 흐름에 민감한 대학가 무인점포 열풍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가 24시간 무인점포 트렌드
인건비 부담에 구인난까지 겹쳐
문방구·스터디 카페까지 무인화
비대면 문화 익숙한 젊은 층 겨냥
향후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될 듯
김선옥(54) 씨는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정문 인근에서 지난 2월 무인 꽃집 ‘과일꽃이 피었습니다’를 열었다. 이곳은 5000원~1만 원대 꽃 한 송이, 2만~3만 원대의 꽃다발과 각종 화분 등을 판다. 부산에 말린 꽃을 파는 꽃 무인 자판기는 있었지만, 무인 꽃 점포가 생기기는 이곳이 처음이다. 인건비가 적게 드는 데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을 주요 타깃으로 하다 보니 가격은 일반 꽃가게보다 저렴하다. 김 씨는 이 무인점포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5년째 꽃집을 운영하다,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무인 꽃집을 열게 됐다. 김 씨는 “인건비가 너무 높아져 꽃가게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할 수 없어 하나는 무인점포로 열게 됐다”면서 “대학가에서 24시간 무인점포로 운영해보니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이고, 수요층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부산지역 대학가 상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등장한 무인점포는 무인 복사가게다. 전공·교양 서적이나 필기노트, ‘족보’를 암암리에 복사해 사용했던 예전 대학가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인쇄·복사·제본까지 맡았던 대학가 터줏대감 복사가게들은 태블릿PC나 노트북을 활용한 디지털 필기 문화가 확산하고, 저작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라지는 일부 복사가게는 무인 복사점으로 바뀌고 있다. 대부분 24시간 운영되는 데다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대학생들 사이에서 무인 복사가게는 인기가 높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학생 이채현(23) 씨는 “과제나 보고서는 꼭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는 과목들이 있어 무인 복사가게를 자주 이용한다”면서 “밤늦게도 이용할 수 있고 아주 적은 양을 복사할 때도 눈치를 안 봐도 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대와 함께 부산의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이 형성된 부경대·경성대 앞에도 무인 복사가게와 무인 스터디 카페들이 성업 중이다.
부경대 인근 무인 스터디 카페는 1인당 2시간 2000원에서 12시간 8000원의 이용료로 저렴해 시험 기간을 앞두고 많은 대학생들이 찾고 있다. 부산대 인근 무인 문방구는 추억의 ‘뽑기’나 딱지 등을 판매하며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경성대 인근에서 3년째 무인 스터디 카페를 운영해 온 권종만(52) 씨는 “대학가라 대학생들도 찾지만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고등학생도 많이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부산지역 대학가에 무인점포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난 속에 높아진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대와 구인난 등도 무인점포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선 대학가 상권의 경우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이 많다 보니 이들을 타깃으로 한 무인점포가 생겨나고, 이후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본다.
홍준성 동의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인건비가 높아졌고, 점포 개설비용이 저렴하고 유지관리비도 괜찮은 무인점포를 ‘투잡·쓰리잡’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늘어났다”면서 “당분간 무인점포는 더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