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일본 후쿠오카로 출국하기 위해 수속을 밟고 있다. 김해공항 국제선 노선이 하나둘 운항을 재개하고 있지만 운항편이 많지 않고 항공료가 급등해 국제선 이용객은 여전히 저조하다. 부산일보DB
코로나19로 닫혀 있던 김해공항 하늘길이 최근 다시 열리고 있지만 여전히 운항편이 많지 않아 회복세가 더디다. 또 최근 유가 급등으로 항공권 가격이 뛰어 이번 여름 휴가에도 여행을 포기하는 이른바 ‘휴포족’도 나온다.
부산 영도구에 거주하는 손 모(51) 씨는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맞아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고 3박 4일 일정으로 동남아 여행을 준비했지만 최근 결국 포기했다. 1인당 70만~80만 원대 왕복 항공료에 숙박비까지 더하면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경비가 부담됐기 때문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취항 재개 불구
코로나 이전 비해 이용객 저조
유가 상승으로 유류할증료 증가
국제항공료 전년 비해 19.5%↑
여름휴가 포기 ‘휴포족’도 늘어
손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30만~40만 원이면 충분히 동남아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비행기 값이 너무 올라 깜짝 놀랐다”면서 “부산에서는 동남아로 가는 비행 편도 많지 않아 해외여행은 다음으로 미루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정부의 방역 지침 완화에 따라 김해공항 국제선도 베트남, 몽골, 말레이시아 등 노선 취항과 함께 다시 열리고 있지만 이용객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국토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김해공항 국제선을 이용한 승객은 1만 714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27명보다 1만 명가량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423만 9303명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항공업계에서는 김해공항 국제선 노선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항공편 공급 자체가 적은 데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항공권 금액이 높아진 탓에 시민들이 선뜻 해외여행을 결심하기 어려운 것으로 본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국제항공료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9.5% 상승했다. 최근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가 상승에 대한 비용인 유류할증료가 증가한 탓으로 분석된다. 유류할증료가 오르면 항공권 총액도 오르는 탓에 코로나19 이전보다 항공료가 2~3배 오른 경우도 많다는 것이 업계 측 설명이다. 해외여행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이 적은 것도 항공료 가격 상승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다음 달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 22단계를 적용해 기준 거리 비례별로 4만 2900원~33만 9300원을 부과한다. 부산~후쿠오카 노선의 경우 2019년 3월 기준 4800원이던 유류할증료가 7월부터는 4만 2900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2016년 거리 비례구간제가 적용된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국가마다 방역지침이나 입국규정이 달라 노선 증편이 원활하지 않고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항공료 가격도 올라 고객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인천공항에 비해 노선 수가 적은 김해공항에서는 고객의 선택 폭이 더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 여름휴가에도 여행 자체를 포기하고 집에서 휴가를 보내겠다는 ‘휴포족’도 나온다.
부산진구에 사는 직장인 최 모(29) 씨는 “해외여행은 진작 포기하고 제주도 여행을 준비했지만 해외에 못 나가는 여행객들이 제주도로 몰려서인지 국내 비행기 요금과 숙박비도 덩달아 뛰어 이마저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늦은 여름이나 가을에 비수기 여행을 가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 힘들어 집에서 휴가를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