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입주한 부산지역 아파트 전세가가 지역 평균의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4년 전 입주한 아파트의 전세가도 2년 전보다 큰 폭으로 올라 전세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최근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대출 완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서민들은 신축 아파트발 전세가 폭등에 고통받고 있다.
27일 솔렉스마케팅이 올해 1~5월 입주한 부산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이들 단지의 전세가(전용 84㎡ 기준)는 2억 9800만~5억 5000만 원으로, 같은 동(洞) 동일 평형 평균 전세가(이하 동 평균)의 1.9배에 달했다.
같은 지역 평균 전세가 배 달해
최대 4배 많은 아파트도 등장
계약갱신청구권 의식 4년치 요구
입주 4년 차 아파트도 매한가지
세입자 부담 경감 대책 시급
동 평균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단지는 올 4월 입주한 영도구 동삼동 오션시티 푸르지오. 전용면적 84㎡ 전세 최고가는 4억 5000만 원으로 동 평균(1억 1180만 원)의 약 4배에 달한다.
올해 2월 입주한 수영구 광안동 경동리인도 전용면적 73㎡의 전세가가 5억 5000만 원으로 동 평균(2억 642만 원)보다 2.6배 높았다.
입주 아파트의 전세가가 치솟는 것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원인으로 꼽힌다. 첫 세입자를 맞는 이들 입주 단지는 2년 후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5% 내에서만 전세가를 인상할 수 있다. 임대인 사이에서 ‘한 번 전세 계약을 하면 4년 동안 올리지 못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한꺼번에 4년치 전세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입주 4년 차 아파트의 전세가를 살펴보면, 계약갱신청구권의 풍선 효과가 뚜렷하다. 2018년 입주한 해운대자이2차(전용면적 84㎡)는 2020년 전세 최고가가 4억 원이었으나 올해 4월에는 5억 8000만 원으로 거래됐다. 전세가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눌렸다가 만료 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남구 대연동 대연SK뷰힐스는 지난해 12월 전용면적 84㎡ 전세가가 5억 9000만 원을 기록해, 2020년 8월 전세가(3억 6500만 원)보다 2억 원 넘게 올랐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대표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신축 아파트의 경우, 그동안 오른 집값을 반영해 전세가가 대폭 오르는 추세”라며 “입주 4년 차 전후 아파트 단지들이 올해 입주 단지와 함께 전세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서민을 위한 버팀목 전세대출 대출 한도를 늘리고, 소득 7000만 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에게는 월세액 세액공제율을 15%까지 상향 조정하는 등 임차인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갑자기 높아진 전세가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억 원 넘게 오른 전세가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 직장인 이 모 씨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직전만 해도 입주 단지는 새집증후군과 커뮤니티 시설 미운영 등의 이유로 전세가가 주변보다 높지 않았다”며 “입주 단지 전세가가 비교적 낮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알아봤지만, 현재 살고 있는 입주 5년 차 아파트만큼 비싸서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 되나,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들이 나오면서 전세가 폭등 가능성이 높다. 공급 확대로 전세가가 안정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사이 세입자 부담을 덜어줄 정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