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살인 고지, 자해 암시까지…변호사 절반 "신변위협 경험"

입력 : 2022-06-28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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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대구 방화 사건 이후 회원 1205명 대상 설문조사
응답자 65% "자기 보호·방호 장구 필요성 느껴"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8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8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사 둘 중 한 사람은 업무와 관련해 신변 위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들은 앞으로 신변 위협의 정도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지난 9일 발생한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사건 이후 회원 1205명을 대상으로 ‘변호사 신변 위협 사례 설문’을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응답자의 48%가 ‘의뢰인 소송 상대방, 관련 단체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신변을 위협받은 일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는 폭언과 욕설 등 언어폭력이 45%로 가장 많았다. 방화·살인 고지 등 협박도 14%를 차지했고, 자해나 자살 등의 암시와 폭행 등 직접적 물리력 행사도 각각 9%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설문에 응한 변협 회원의 72%는 신변 위협 행위가 ‘심각하다’고 느낀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90%는 ‘앞으로 신변 위협 행위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응답자 중 65%는 가스 분사기나 삼단봉 등 ‘자기 보호·방호 장구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변협은 법률사무소 종사자 대상 정기 안전교육 실시, 방범·경비 업체와의 업무제휴, 법률사무소 종사자를 위한 방호 장구 공동구매 등을 추진 중이다.

이종엽 변협회장은 “그동안 많은 변호사가 다양한 형태의 신변 위협에 노출되어 왔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설문조사 결과를 평가했다.

이 회장은 법조인을 향한 범죄가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오해, 재판 등 사법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며 “소송·재판제도를 소송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개혁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법조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법조 인력 대중화 정책 이후 양산된 변호사들의 수익 과당경쟁 등과도 관련돼 있다”고 자평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변호사가 여전히 특권계층으로 인식돼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면서 “개인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 건수는 1.26건에 불과하고, 이런 형편으로는 사무실 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화 사건이 있던 사무실은 서로 경비 절감을 위해 사무공간을 줄이거나 여러 변호사가 공간을 함께 사용했기에 많은 인명 피해가 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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