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 인상과 글로벌 원자잿값 상승으로 부산 업체들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업체들의 채산성은 크게 악화되고 있지만, 정작 개별 업체 차원에서 가능한 대응책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상의 피해 상황 모니터링
대부분 ‘환헤지’ 상품 이용 안 해
가격 인상분 전가 업체 제한적
활용 가능 ‘헤지 상품’ 개발 필요
부산상공회의소는 수입 비중이 높은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영향과 피해 상황을 긴급 모니터링해 29일 결과를 발표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역 철강·화학·섬유 등 원부자재 수입 기업들은 이미 높은 원자잿값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에 직면한 상태였다. 여기에 환율 상승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한 분위기였다.
식료품 유통업체 A사는 “판매가는 정해져 있는데, 환율 인상으로 제품 수입단가가 상승하면서 원가는 계속 올라가니 환차손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환헤지 상품 등을 이용하고 있지만 상품의 특성상 리스크가 크고 환율 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가 복잡한 환율 관련 상품에 대한 교육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A사의 경우 환헤지 수단을 이용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럴 여력조차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인상된 원가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많은 지역 업체의 특성상 납품단가를 마음대로 올리는 것조차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발만 동동 구르면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일부 수입 규모가 큰 화학·철강업체 중 환율·원자잿값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등 자구책을 실시하는 곳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들 업체 역시 상황이 장기화되고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 등이 추가로 인상되면서 채산성 악화를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철강 제조업체 B사는 “거래대금 결제 시 달러를 이용하고 있으며, 최근 환율 상승을 예상하고 회사 차원의 대책으로 달러선물을 활용해 환헤지를 해왔다”며 “그러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보유한 달러선물조차 모두 소진했고, 현재로선 높아지는 원가 부담으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놓았다.
기업들의 이런 어려움은 경제지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는 부산·울산 중소기업 34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7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 결과, 7월 경기전망지수는 78.9로 전월대비 2.7포인트(P) 하락했다고 29일 밝혔다. 부산·울산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올해 5월 최고치(84.2P)를 찍었지만, 6월(2.6P 하락)에 이어 7월까지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에서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특히 건설업의 하락세가 컸다.
부산상의 경제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원자잿값 상승 리스크에 대한 개별기업 차원의 대책 수립이 불가능한 것이 현재 부산 기업의 현실”이라며 “이들 업체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선 정부의 세제 지원, 수출입 물류비 지원, 금융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 강화와 함께 중소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헤지 상품 개발도 절실하다”고 전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