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16개 구·군 기초단체장이 1일 취임 첫날부터 전통시장을 찾거나 지역 제단에 참배하는 등 제각기 색다른 행보를 선보인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장은 1400만 원에 달하는 나무 심기를 계획하는 등 ‘황제 취임식’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환경미화원과 거리 청소하고
지역 상징 장소·현장 방문
일부 구청선 기념 식수 논란
화려한 취임식 축소하기도
30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박형준 부산시장과 15개 구·군 기초단체장은 1일 오전 8시 동래구 충렬사와 충혼탑을 찾아 각각 참배할 예정이다. 이갑준 사하구청장은 당선 이후 개인적으로 충렬사를 찾아 참배했기 때문에, 취임날 별도 참배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취임 첫날부터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나거나 거리 정화에 나서는 등 ‘민생형’ 행보를 예고한 구청장들도 있다. 주석수 연제구청장은 이날 오전 6시부터 환경미화원과 거리 청소를 한다.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은 같은 시간 부전마켓타운을 방문해 상인들의 고충을 들을 계획이다.
일부 기초단체장은 ‘경건한 참배형’으로, 지역의 상징적 장소를 찾는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오전 7시 ‘25의용단’을 찾아 참배를 한 뒤 청년 창업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정종복 기장군수도 기장새마을공원 기념탑 참배를, 조병길 사상구청장과 김성수 해운대구청장도 각각 지역 제단이나 사찰을 찾는 뒤 본격적인 구정을 시작한다.
지역 현안을 직접 만나는 ‘이슈 파이팅형’ 행보를 보이는 기초단체장도 있다. 김형찬 강서구청장은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사업단, 명지5초등학교 건립지, 수상워크웨이 현장 등을 방문해 현황 파악을 할 예정이다. 오은택 남구청장도 청년창조발전소를 찾아 청년과 대화를 갖는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선 고액의 기념식수 행사를 열거나 축하공연을 계획해 황제 취임식 논란이 인다. 금정구청은 이날 낮 12시 김재윤 금정구청장 취임 기념식수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 행사엔 1400여만 원의 예비비가 투입됐다.
구청 측은 이번에 심는 조형소나무는 사계절 푸르고 척박한 토양에도 잘 자라는 구민의 굳건함을 상징한다고 설명하지만 거액을 들여 허례허식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부산 16개 구·군 중 취임식날 기념식수를 하는 곳은 6곳이다. 이 중 3곳은 예산이 200만~400만 원대이고, 나머지 2곳은 별도 예비비를 들이지 않고 기존 녹지 관련 예산 안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금정구청 관계자는 “기념식수는 금정구에서 구청장 취임 때마다 통상적으로 해오던 행사”라고 해명했다.
특히 최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화려한 취임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일부 지자체는 급히 취임식 규모를 축소했다. 부산진구청은 당초 취임식에 식전공연과 축하공연, 현수막 등을 준비했으나 취임식 나흘 전인 27일 계획된 일정 대부분을 취소했고, 취임식 예산도 620만 원에서 62만 원으로 줄였다. 해운대구청도 취임식을 나흘 앞두고 식전·식후공연을 황급히 취소했다.
시민 이 모(52) 씨는 “주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며 구청장에 나섰는데, 취임 첫날부터 과도한 예산을 집행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며 “어떤 게 바른 선택일지 주민 입장에서 생각하겠단 약속을 끝까지 지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