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동 아파트 화재’ 일가족 3명, 끝내 숨져

입력 : 2022-07-0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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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지난달 2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50대 여성이 사망한(부산일보 6월 28일 자 8면 보도) 데 이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나머지 가족 2명도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경찰은 거실에 설치된 스탠드형 에어컨 전선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정밀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가족 3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연에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에 이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에선 지난 4일에도 에어컨 실외기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나 여름철 에어컨 사용 관련 화재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다.


지난달 화재로 50대 아내 사망

병원 치료받던 딸·남편도 사망

거실 에어컨 전선 합선 추정

경찰, 국과수에 정밀 감식 의뢰

단지 로비에 추모 공간 마련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일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일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5일 부산 해운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4시 19분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아파트 13층 내부에서 불이 났다. 소방은 불이 꺼진 집 안에 쓰러져 있던 50대 부부와 20대 딸 등 3명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날 오전 아내가 먼저 숨졌다. 이어 지난달 28일 딸이 숨지고, 29일에는 남편이 잇따라 사망했다. 한밤의 화재로 가족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자 아파트 주민들은 이들을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 아파트 로비 벽면에 ‘우리들의 이웃을 떠나보내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메모 등 수십 개의 추모 글이 붙었다. 주민들은 국화꽃, 커피, 과자, 생수 등도 놔뒀다. 해당 공간은 지난달 29일 설치돼 지난 2일 철거됐다. 아파트 주민 A 씨는 “큰불로 이웃 주민이던 가족이 숨져 안타까워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모든 세대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거실에 설치된 스탠드형 에어컨 전선에서 발생한 합선으로 추정한다. 경찰은 화재 현장의 꼬인 에어컨 전선에서 최초 발화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습한 날씨 탓에 낮부터 가동한 에어컨이 이날 새벽에 화재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재 원인을 정밀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2002년 건축허가가 난 곳으로 불이 난 13층은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당시에는 공동주택의 경우 16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가 의무 설치였다. 이후 소방법이 강화돼 2005년부터 11층 이상, 2018년부터 6층 이상 아파트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지난 4일에도 같은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4일 오후 2시 55분께 이 아파트 6층에서 발생한 불은 229만 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15분 만에 진압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실내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창문이 닫힌 상태에서 가동되면서 열이 발생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잇딴 화재에 여름철 에어컨 가동 등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우려 목소리가 높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부산에서 발생한 총 1만 2290건의 화재 중 에어컨 등 전기적인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2898건(23.6%)이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전력 소모가 많은 에어컨은 멀티탭이 아닌 전용 단독 콘센트를 사용하고, 실외기는 통풍이 잘되는 곳에 벽과 10cm 이상 띄워야 한다”면서 “전기제품 전선을 정리하려고 전선을 구부려 다발로 묶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저항이 커져 열이 발생해 불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콘센트 주변은 깨끗이 청소하고 전기 화재가 나면 차단기를 내려 감전이나 화상 위험을 방지하고 소화기로 진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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