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산 적산가옥과 일본식 창고, 문화원과 미술관이 되다

입력 : 2022-07-10 13:39:11 수정 : 2022-07-10 18: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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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일본인이 지은 옛 다테이시 주택
중구청, 건물 매입 2021년 중구문화원 개관
일본식 창고는 올해 ‘복병산작은미술관’으로
일본·서양 절충식에 한국식 주거 양식 더해져
부산의 근대주거생활사 볼 수 있는 공간 활용

일본식 창고를 활용해서 6월 개관한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문진우 사진전 '중구로의 시간여행'이 열리고 있다. 문진우 제공 일본식 창고를 활용해서 6월 개관한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문진우 사진전 '중구로의 시간여행'이 열리고 있다. 문진우 제공

1930년대에 지어진 부산의 적산가옥은 지자체 문화원이 되고, 부속 건물인 일본식 창고는 작은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지난달 14일 부산 중구 대청동에 복병산작은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복병산작은미술관은 부산광역시중구문화원(이하 중구문화원)의 별관이다. 부산 중구청은 일양 절충식 가옥(옛 다테이시 주택)을 구입해서 지난해 11월에 중구문화원을 개관했다.

옛 다테이시 주택은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양초와 석유 사업을 한 일본 후쿠오카현 출신의 다테이시 요시오가 1932년에서 1934년 사이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적산가옥이다. 2019년 동아대 산학협력단의 ‘적산가옥(옛 타테이시 주택) 기초조사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다테이시는 1927년 원도심 주거지역인 부산부 대청정(현 대청동)에 토지를 매입하고, 연와와 목조 구조의 2층 주택과 창고를 건립했다. 아래쪽에서 보면 복병산 자락 8~9m 높이의 석축 위에 집이 자리 잡은 형태이다.

부산광역시중구문화원이 된 옛 다테이시 주택의 전경. 오른쪽 1층 건물은 1930년대 건립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고, 중간의 2층 건물은 1958년에 신축한 것이다. 사진 왼쪽이 현재 복병산작은미술관으로 활용하는 일본식 창고이다. 오금아 기자 부산광역시중구문화원이 된 옛 다테이시 주택의 전경. 오른쪽 1층 건물은 1930년대 건립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고, 중간의 2층 건물은 1958년에 신축한 것이다. 사진 왼쪽이 현재 복병산작은미술관으로 활용하는 일본식 창고이다. 오금아 기자

해방 이후 적산가옥으로 분류·관리되던 옛 다테이시 주택은 한 번의 소유자 변경을 거쳐 눌원문화재단 설립자인 고 신덕균 선생의 소유가 된다. 1958년 일식 목조주택 2층을 철거하고 현재와 같은 2층 주택이 신축된다. 주택 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의 지상 1층 부분은 벽난로, 스테인드글라스 등 서양의 영향을 받은 건립 당시 건물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후 재정경제부로 소유권이 넘어간 이 주택은 한때 지역 예술인의 창작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부산 중구청은 옛 다테이시 주택을 매입해 2021년 중구문화원을 개관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중구는 부산 16개 구군 중 유일하게 문화원이 없었고,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충남 계룡시를 제외하고 가장 늦게 문화원이 생겼다”며 “중구만의 특색 있는 문화원을 만들자는 차원에서 1년 넘게 주택 원형 복원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복병산작은미술관의 외관. 2층 구조의 일본식 창고로 내부 회벽 등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다. 오금아 기자 복병산작은미술관의 외관. 2층 구조의 일본식 창고로 내부 회벽 등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다. 오금아 기자

별관인 일본식 창고는 ‘복병산작은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2층 구조인 창고는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일본식 창고 중에서 원형적 모습이 제일 잘 남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구문화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적산가옥 창고를 사진전문미술관으로 만들었다.

복병산작은미술관은 개관전으로 문진우 사진가의 ‘중구로의 시간여행’을 12일까지 개최한다. 중구문화원 본관에서도 함께 열리는 전시에서는 1975년 남항 앞바다에서 찍은 사진부터 옛 부산시청, 영도다리 점집, 용두산공원 구름다리 등 역사 속 중구의 모습이 소개된다.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는 올해 말까지 중구의 거리와 원도심 골목 등을 소재로 한 ‘스트리트 포토’ 릴레이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1930년대에 지어진 적산가옥이 공적 문화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은 중구문화원 개관 전인 2020년 말의 옛 다테이시 주택의 모습. 오금아 기자 1930년대에 지어진 적산가옥이 공적 문화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은 중구문화원 개관 전인 2020년 말의 옛 다테이시 주택의 모습. 오금아 기자

중구문화원은 총 10개 실에서 구민을 위한 판화교실·전각교실 등 문화예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어린이를 위한 바이올린 강습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원 정원에서는 지역 청년 예술인의 국악 공연 등 정원 음악회도 개최한다. 중구문화원 채경혜 사무국장은 “마을 안에 있는 오래된 건물을 문화원으로 활용해 일상생활 속에서의 접근성이 좋다”며 “주민들이 ‘과거 담장이 높아 내부가 궁금했던 건물’에 들어와 작품 감상도 하고 행사 참여도 하니 너무 좋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건축 전문가들은 옛 다테이시 주택이 부산의 근대 주거생활사를 보여주는 건물이라고 평가한다. 김기수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 일본식 주거의 흔적 중에서도 서양의 영향을 받은 생활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주택의 특성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1958년에 신축한 양옥 건물은 해방 이후 등장한 양식으로 1960년대 한국인의 주거 양식을 보여주는 모습이 (하나의 건물 안에)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건축물은 보존과 활용의 밸런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옛 다테이시 주택은 문화시설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았다”며 “공적인 역할을 하게 된 이 공간이 가진 부산의 근대주거생활사적 의미와 가치가 시민들에게 더 잘 전달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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