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청 입구를 약 2년간 장식하던 오륙도선 트램 홍보물이 철거됐다. 남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자 재추천 요구, 남구청 오륙도페이 결제 중단 등 전임 구청장 추진 사업에 대해 신임 구청장이 연이어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전임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남구청에 따르면 지난 1일 남구청사 2층 정문에 설치돼있던 오륙도선 트램 홍보용 현수막과 ‘I♡TRAM NAMGU(아이♡트램 남구)’ 글자 조형물이 철거됐다.
현수막과 조형물은 2020년 11월 오륙도선 트램 실증노선 사업 계획이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이후 남구청이 예산 400만 원을 들여 설치했다.
가로 4m, 높이 3.6m 크기 현수막에는 남구 주민 1000여 명의 ‘대한민국 제1호 트램도시’ 손 글씨를 모아 트램을 형상화한 그림이 인쇄돼있었다. 남구 오륙도선 트램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응원한다는 취지로 조형물 하단에도 ‘부산 남구 대한민국 제1호 트램도시’ 글귀를 새겼다.
청사 입구 설치 현수막·조형물
1일 오은택 구청장 취임일에 철거
구청은 “낡고 미관도 해쳐” 해명
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재추천 요구
오륙도페이 중단 등 잇단 견제 행보
공교롭게도 현수막과 조형물이 철거된 이달 1일은 국민의힘 소속 오은택 남구청장이 취임한 날이다. 오륙도선 트램 사업은 박재범 전 남구청장과 같은 정당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남을) 국회의원이 그간 자신의 성과로 강조한 사업이기도 하다. 앞서 오 구청장은 트램이 남구 주요 관광지인 용호만을 지날 수 있도록 추가 노선이 검토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남구청은 현수막과 조형물이 낡아 철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남구청 측은 “글자 조형물이 스티로폼 재질이라 야외에 노출되면서 낡고 부식 된 상태였다”며 “현수막도 희미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구청 미관을 해칠 우려가 있어 철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구청은 이 자리에 구조물을 다시 설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오 구청장 취임 이후 박 전 구청장의 주요 사업 '손보기'에 나선 듯한 모습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오 구청장은 출범을 앞둔 남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자를 재추천해 달라고 임원추천위원회에 요구(부산일보 지난 12일 온라인 보도)했다. 전임 구청장 시절 이사장 후보에 오른 인물들이 모두 공무원 출신이라 혁신 경영으로 공단을 이끌 적임자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오 구청장이 공단 설립 자체에 회의적이었던 만큼 이사장 지명 단계에서부터 '제동'을 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사장 후보자 재추천 요구에 따라 공단 설립 시기는 3달가량 늦춰질 전망이다. 오 구청장은 공단 설립 타당성이 재고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최근 남구청은 지역화폐인 오륙도페이의 급량비와 업무추진비 결제를 중단(부산일보 지난 14일자 10면 보도)하기도 했다. 오륙도페이 또한 박 전 구청장이 주요 성과로 꼽던 정책이다. 남구청은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결제수단을 찾는 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전임 구청장의 주요 사업을 골라 축소나 재검토에 나서면서 '전임 흔적 지우기'가 본격화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구의회 박구슬 의원은 “좋은 사업은 꾸준히 이어가 성공시키면, 자신의 성과로 삼을 수도 있다”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면 뚜렷한 사유가 확인돼야 하고, 주민 여론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