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숨진 여학생을 성폭행했던 가해자가 불법촬영을 시도한 정황이 19일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된 인하대 1학년생 김 모(20) 씨는 지난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있는 5층짜리 단과대학 건물에서 지인인 20대 여학생 A 씨를 성폭행한 뒤 도주했다.
그는 A 씨가 3층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하자 A 씨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린 뒤 자취방으로 달아났고, 당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19일 YTN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발생 현장인 해당 건물에 김 씨가 놓고 간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으며,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 파일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 씨가 불법촬영을 시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범행 상황이 담긴 음성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하는 영상이 제대로 촬영되지 않은 경우에도 불법촬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A 씨가 추락한 직후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A 씨는 건물에서 추락한 뒤에도 호흡을 하는 등 생존해 있었으나 1시간 넘게 방치됐다가 뒤늦게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씨가 건물에서 추락한 시간대를 당일 오전 1시 30분에서 오전 3시 49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오전 1시 30분은 김 씨가 A 씨를 부축하며 해당 건물에 들어간 시각이고, 오전 3시 49분은 A 씨가 행인에게 발견된 시점이다.
경찰은 주변 CCTV 등을 통해 A 씨가 추락한 뒤 1시간 넘게 건물 앞에 쓰러진 채 방치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행인에게 발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 동안 쓰러져 있었다"며 "정확한 추락 시각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행인의 신고로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 씨는 머리와 귀, 입에서 많은 출혈이 있었다. 하지만 심정지 상태는 아니었으며 호흡과 맥박도 약하게나마 뛰고 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피해자를 구급차로 이송 중에 계속 모니터링했다"며 "호흡과 맥박이 약한 '심정지 전' 상태였고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A 씨의 추락 직후 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3층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빨리 병원으로 옮겨졌으면 살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혼자 길에 쓰러져 있다가 병원 이송이 늦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가 범행 후 도주한 부분은 향후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더 높은 형을 받는 양형 참작 사유가 된다"고 예상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 씨를 밀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경찰은 김 씨가 A 씨를 고의로 밀어 추락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현장 실험을 했으며, 우선은 김 씨의 진술을 토대로 살인 고의성이 없을 때 적용하는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추가 수사를 통해 고의성이 있었던 정황이 확인되면 준강간살인으로 죄명을 바꾸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수사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22일)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