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도 보장되고 퇴직 후 받는 연금도 높아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낮은 임금 때문에 젊은층 사이에서 점차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지원한 응시자 수는 16만 5524명으로 경쟁률 29.2 대 1을 기록했다. 1992년 19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래 30년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직 분야에서 상당한 고스펙자들이 입직하는 7급 공무원 경쟁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42.7 대 1로 43년 만의 최저를 나타냈다.
어렵게 입사해 놓고 공직사회를 떠나는 5년 차 이하 공무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사표를 낸 5년 차 이하 공무원은 4년 전의 2배로, 1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한 7급 공무원 A 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자신의 월급 명세서를 올리며 "우리 좀 살려줘. 최소한 물가 상승률은 맞춰줘야지 않겠냐"라며 한탄했다. 직급이 주사보(7급)로 3호봉이라는 이 공무원의 4월분 세전 급여는 각종 수당을 포함해 255만 원 정도. 여기서 세금과 4대 보험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199만 8000여 원으로 200만 원이 채 안 된다.
실제로 올해 최저시급을 주 40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 4440원으로 9급 1~5호봉, 8급 1~3호봉의 월급은 최저임금 기준보다 더 낮다.
A 씨가 올린 월급 명세서 게시물에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에 다니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공기업 직원은 "공무원을 왜 해? 메리트 1도 없는데"라고 동정했다. A 씨가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라고 답하자 대기업 직원이 "그게 꼭 형일 필요는 없어"라고 거들었다. 또 다른 대기업 직원들 역시 "저 정도면 혼자 살아야지" "맞벌이는 필수겠다. 학원은 못 보냄"이라며 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공무원이 청년들로부터 외면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에 못 미치는 낮은 임금 수준 때문이다. 일반직 7·9급 1호봉 기준 세후급여는 각각 월 180만 원, 160만 원이다. 이에 반해 올해 94개 대기업의 대졸 신입 평균 연봉은 5356만 원으로 행정고시에 붙은 5급 신입 공무원의 연봉보다 많다.
여기에 공무원연금의 기여율 대비 지급률도 국민연금에 역전되면서 연금조차 메리트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야근과 민원 스트레스 등 생각만큼 높지 않은 공무원의 '워라벨'과 연공서열에 따른 상명하복 분위기 등도 공무원 열풍이 사그라드는 이유들이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