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 북구에서는 구청이 설치한 ‘토끼 사육장’을 두고 작은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북구청이 화명동 장미공원에 토끼 사육장을 설치해 운영하자 주민들이 동물 학대라며 반대하고 나선 겁니다. 주민들은 구청이 설치한 사육장이 너무 작은 데다 고양이와 같은 포식자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없는 구조라면서 환경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한 주민은 “토끼의 이 건강을 위해서는 건초가 꼭 필요한데 사료만 먹이고 있고, 중성화수술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지만 구청이 큰 고민 없이 토끼를 기르는 것 같다”면서 “눈요기를 위해서 동물을 전시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비판이 거세지자 북구청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토끼 사육장을 철거하기로 한 것이죠. 그렇게 6마리 남짓한 토끼들은 사육장으로 옮겨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보내졌습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만들어낸 담론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되고 있는 고래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자는 목소리입니다. 고래 방류를 위해서는 수온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이 고래를 자연으로 보내주는 일에는 공감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영우가 꺼내 놓은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키워드가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은 것이죠.
우리가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대상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만은 아닐 겁니다. 계속되는 자연 개발로 서식지를 잃고, 살기 위해 인간의 주거지로 내려왔다가 목숨을 잃는 포유류나 인간이 만든 건물에 부딪혀 크게 다치는 새와 같은 야생동물도 환경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지난 16일 찾은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는 건물 기둥이나 유리창에 머리 등을 부딪혀 치료를 받는 작은 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먹이를 찾기 위해 사람이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가 차에 치인 너구리와 같은 동물도 있었죠. 비슷한 이유로 이곳에서 치료받는 동물들은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만 1년에 1400~1600마리의 동물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가벼운 부상의 경우 1~2일 정도 치료받으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큰 부상의 경우 치료 과정에서 생존 능력을 잃어 친구들이 있는 서식지로 돌아가지 못한다”면서 “어릴 때부터 어미와 헤어져 오랫동안 센터에서만 갇혀 살아가는 동물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우영우가 꺼내 놓은 공존이라는 화두가 고래 방류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모두 행복한 지구를 만드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동물권이라는 용어가 거창하게 느껴지신다면 쓰레기 무단투기하지 않기,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붙이기 등 작은 일부터 시작해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녹조로 고통받고 있는 낙동강, 무시무시한 집중호우를 부르는 기후위기도 이와 무관한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토끼를 전시용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주민들이 많아진 것과 고래 방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러한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비해 야생동물 보호와 관련된 체험교육이 인기를 끌고, 다친 야생동물이 자연으로 잘 돌아갔는지 물어보시는 분이 많아져 자연을 아끼는 시민들의 마음이 전해진다”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에서도 그 희망을 찾고 싶습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