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의 경호구역을 300m로 확장했다. 이를 제안한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정치권,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대통령 경호처의 조치를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의 경호구역을 사저 울타리에서 최장 300m로 확장해 22일 0시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21일 발표했다. 경호처도 경호구역 확장과 동시에 구역 내 검문검색 강화를 시작으로 출입 통제, 위험물 탐지, 교통통제, 안전조치 등 경호경비 차원의 안전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평산마을에서의 집회·시위 과정에서 모의 권총이나 커터칼 등 안전 위해 요소가 등장하는 등 전직 대통령의 경호 강화가 필요한 데다 집회·시위 소음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평산마을 주민들의 고통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호구역은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 서쪽으로 지산마을 만남의 광장 주변, 동쪽으로는 평산마을 입구인 청수골 주변까지 확장된다.
이번 경호구역 확대로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에서 진행 중인 보수와 진보(맞불 집회) 단체들의 집회·시위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1인 시위는 막을 수 없다. 1인 시위자가 확성기를 사용할 순 없어도 고성을 지를 수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을 심하게 모욕하거나 위협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개월째 고통받던 사저 주변 평산마을에 ‘미완의 평화’가 찾아온 셈이다.
반면 평산마을 주민과 방문객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집단 집회·시위 장소가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에서 지산마을 만남의 광장이나 평산마을 입구 청수골 주변으로 이동하면 확성기 소음 피해가 마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껏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에서 진행된 집회·시위의 경우 문 전 대통령 사저를 포함해 주변 6~7가구가 확성기 소음의 직접적인 피해를 당했다. 하지만 집회 단체들이 만남의 광장이나 청수골 주변으로 이동하게 되면 확성기 영향 범위가 마을 전체로 확대된다. 만남의 광장과 청수골 주변에는 30~40가구 이상의 주민이 거주 중이다.
특히 경호구역 확대와 함께 검문검색과 출입 통제가 강화되면 평산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현재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에서 검문검색을 해 사저 주변 6~7가구를 찾는 방문객들만 불편을 겪었지만, 경호구역 확장으로 평산마을 대부분 가구 방문자가 검문을 받아야 한다.
평산마을 주민인 신한균 사기장은 “경호구역 확장으로는 1인 시위를 막을 수 없는 것은 물론 검문검색 강화로 마을 주민들의 불편만 초래할 수 있다. 진정한 평산마을의 평화는 집시법 개정을 통해 마을에서 집회·시위가 사라져야 가능하다”며 집시법 개정을 촉구했다.
또 다른 마을 주민은 “경호구역 확장으로 구역 내 식당 등을 방문할 때 검문검색 강화로 인한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경호구역 확장 시행 전에 마을을 찾는 방문객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대책도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서너 가지 방안 중 우선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것이 경호구역 확대다. 경호처에서 운영하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다른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산마을에서는 경찰에 집회·시위를 신청한 5개 단체와 1인 시위자 6~7명이 집회·시위를 진행해 왔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협박하고 비서실 직원을 공업용 커터칼로 위협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1인 시위자는 지난 18일 구속됐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