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갈등 희생양’ 독립운동가 ‘김형기 선생’ 기념공원 추진

입력 : 2022-08-28 17:00:08 수정 : 2022-08-29 09: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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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 김씨 문중 소유 유헌재에
사상구, 기념관 건립 준비 중
사업 검토 후 추경 예산 확보
이르면 하반기 기념공원 용역
주민 쉼터·역사 관광 역할 기대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동산 김형기 선생. 부산일보DB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동산 김형기 선생. 부산일보DB

속보=부산 출신 독립운동가로 3·1 운동 당시 학생운동에 앞장섰지만 이후 이념 갈등에 휘말려 희생된 동산 김형기 선생(부산일보 8월 15일 자 2면 보도)을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이 본격화된다. 사상구청은 사상구 모라동에 김 선생 기념관을 짓고 일대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 사상구청은 사상구 모라동 유헌재에 동산 김형기 선생 기념관 건립을 준비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이를 위해 사상구는 1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김 선생의 가문인 김녕 김씨 유두문중이 소유한 사상구 모라동 유헌재에는 김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와 전시관이 있다. 해당 전시관은 2019년 사상구청이 문중 소유 건물 1층에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문중에서 전시관 옆에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서 현재 운영 중인 전시관을 기념관으로 확대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사상구청은 추가 예산을 투입해 기념관을 설치하기로 했다.


부산 사상구 모라동에 위치한 동산 김형기 선생 전시관. 사상구청 제공 부산 사상구 모라동에 위치한 동산 김형기 선생 전시관. 사상구청 제공

김 선생의 조카인 김덕규(86) 동산김형기선생기념사업회 고문은 “기존의 전시관은 문중에서 회의실로 쓰던 공간에 임시로 마련한 것이라 좁고 활용도가 낮았다”면서 “최근 건물을 신축하면서 제대로 된 기념관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어 문중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이 공간에 기념관을 마련하는 것을 사상구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구청은 기념관 건립과 함께 기념관 일대 6200㎡ 상당의 부지를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구상한다. 이를 위해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 뒤 이르면 올 하반기에 ‘동산 김형기 선생 기념공원 조성 용역(가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도시공원 조성을 위해서는 사유지와 국유지 등을 매입해야 때문에 추가 예산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상구청은 역사공원, 문화공원 등 사업 방식, 예산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뒤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공원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은 “지금도 인근에 있는 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주민이 전시관을 찾아 김형기 선생에 대해 알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면서 “역사공원이 만들어진다면 주민들이 산책하는 공간으로도 쓰일 수 있고 관광객들에게 사상구를 알리는 역사 관광지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896년 사상구 모라동에서 태어나 학생운동 단체를 이끄는 등 독립운동을 펼친 김 선생은 1919년 3월 1일 탑골공원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김 선생은 당시 경찰에 연행된 학생 207명 중 최고형인 1년 형을 선고받았고 출소 이후에도 ‘동산의원’을 설립하고 의열단에 독립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19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김 선생은 통일 정부를 추구했다는 이유로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휘말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올 2월 김 선생의 사망과 관련해 진실 규명 개시 결정을 내리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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