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일대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낙동강 원수가 아니라 정수장에서 고도정수처리 된 뒤 일반 가정으로 공급된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은 처음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유해 남조류가 만드는 대표적인 독성 물질 중 하나로 복통, 간·폐·신경 질환 및 생식기능 약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돗물을 끓이더라도 이 독성 물질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가뜩이나 낙동강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언제까지 안전한 식수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살아야 하느냐는 영남권 주민의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 정도면 ‘사회적인 재앙’ 수준이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은 3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경대 식품과학부 이승준 교수 연구팀의 ‘영남권 지역 수돗물의 녹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단체와 이 교수팀은 부산 6곳·경남 9곳·대구 5곳·경북 2곳 등 일반 가정집 22가구의 수돗물을 효소면역측정법(ELISA)으로 조사한 결과 다수의 가정집 수돗물에서 독성 물질을 확인했다고 한다. 부산 수영구 가정집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 음용수 기준의 2.03배인 0.061ppb가 검출됐다. 경남 창원 진해구는 5.83배, 김해 내동은 1.86배였다. 대구 수성구에서는 0.064ppb 수준으로 기준치보다 2.13배나 높게 조사됐다.
이번 검출량은 마이크로시스틴이 정자나 난자에 미치는 독성까지 적용해 먹는 물 기준을 강화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보다 높은 수치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규제 기준조차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현재까지 200여 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정부의 검사법으론 이를 모두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환경부와 지방정부는 “고도정수처리 하면 괜찮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사태를 조사방법에 대한 논란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두고 ‘내기 도박’을 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수돗물에 들어 있어선 안 될 독성 물질이란 점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1991년 3월 페놀 낙동강 오염 사태 이후 영남권 주민은 마실 물조차 믿지 못하고 불안에 떨며 30년 이상을 살아왔다. 이쯤이면 국가의 존재 의미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무엇보다 환경부 장관과 낙동강 유역 지자체장들은 “낙동강 수돗물을 정말로 마셔도 되느냐”는 주민의 질문에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마이크로시스틴 등 새로운 독성 물질을 검출하고 제거할 수 있는 과학적인 조사 방법 및 정수법을 도입해야 한다. 조류 독소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녹조 독성 희석을 위한 낙동강 보 개방 등 대책도 즉각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국가적 재난에 버금가는 ‘낙동강 식수 비상 체제’ 구축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