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충무동 골목시장 앞 무지개 계단이 재단장돼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은 지역이 활기를 되찾을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통행을 방해하는 노점 등 계단 입구 주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서구청은 서구 충무동 골목시장 무지개 계단 앞에서 불법 영업을 하는 가게를 상대로 단속과 계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서구청은 무지개 계단 앞에서 천막을 치고 좌판 영업을 한 불법 노점상 4곳을 단속했다. 모두 순대나 주류 등을 파는 생계형 영세업자들이다. 구청에 따르면 무지개 계단 일대에서 통행로 영업 등으로 단속과 계도 대상이 된 가게는 노점상 4곳을 포함해 약 10곳이다.
충무동 골목시장 앞 무지개 계단은 2014년 지역 환경 개선과 범죄 예방을 위해 서구청이 조성했다. 시간이 지나 색이 바래고 방치되자 인근 상인이 올 7월 주민센터에서 페인트를 지원 받아 직접 계단 도색에 나섰다. 벽에는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캐릭터와 고래 그림도 그렸다. 계단을 재도색한 상인 이 모(50) 씨는 “시장 주위가 노후화됐고 이대로는 지역이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계단 재도색과 함께 벽화도 그려서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무지개 계단으로 인한 관광 효과를 기대한다. 충무동 골목시장은 자갈치역에서 2분 정도 거리로, 남포동을 방문하는 외국인이나 타 지역 여행객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비 이후 무지개 계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종종 목격되기도 했다.
새로 조성된 무지개 계단의 활성화를 위해서 구청이 일대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지개 계단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에는 노점상들이 통행로에 의자를 중구난방으로 내놓아 관광객의 통행을 방해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일대에서 취객들이 종종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주민 이 모(46)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지개 계단이 입소문을 타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이나 시민이 보였는데, 노점상이 통행을 방해하거나 계단이 보이지 않게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찾아오는 사람이 줄었다”며 “계단 주변을 잘 정비해서 관광지로 재도약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구의회 하명희 의원은 “무지개 계단이 지역 활기를 되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데 이를 구청이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세 상공인들 생계를 고려해 이들을 이동시키거나 계단 주변을 정비하는 등 주민과 관광객, 상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구청 구민안전과 관계자는 “수십 년 전부터 장사를 해온 상인들이라 강제집행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기는 어렵고 수시로 단속과 계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무동 골목시장 상인회 권용달 회장도 “주민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인들에게 수시로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