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힌남노’ 상륙을 앞두고 부산 지역 주요 단체장들은 노심초사 분위기다. 지난 태풍 때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 참사 부실 대응과 서울 물난리 속 모 구청장의 SNS ‘꿀맛 저녁식사’ 게시물 논란 등으로 지자체장의 안일한 행보가 연거푸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태풍 상륙을 앞두고 부산 지자체장들은 밤샘 대비에 들어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5일 태풍 힌남노 대응을 위해 당초 예정된 프랑스 출장을 접고 부산시청으로 긴급 복귀했다. 박 시장은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에 2030 세계박람회 유치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전날 저녁 서울로 이동해 출장을 준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태풍 최대 고비로 예상되는 6일 오전 부산시장이 자리를 비운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박 시장은 출장을 급히 취소했다.
역대급 태풍으로 예상되는 태풍 힌남노의 북상에 지자체장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천, 온천천, 수영강 등 범람 위험이 큰 해안가와 하천 인근 지자체에서는 24시 대기조로 이날 밤 태풍에 대비할 예정이다.
이날 동래구청은 장준용 동래구청장이 구청에서 밤을 새우며 태풍 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래구청 내 공무원 절반가량도 비상근무조로 야간근무를 할 예정이다. 장 구청장은 “6일 새벽 3시부터 6시가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해 새벽시간대 위험지역으로 꼽히는 온천천 인근 지역 등을 찾아 현장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이날 오전부터 시장과 상습 침수지역 현장을 돌며 태풍 대비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오후 6시 이후 밤 시간대에는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노래방과 식당 등을 계속 돌며 태풍 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다.
2년 전 태풍으로 유리창이 깨지고 파편이 주변으로 흩날리는 등 큰 피해를 입었던 해운대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은 이날 오전부터 해운대구 전역의 태풍 사전 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오후부터는 ‘24시 비상대기조’로 위험상황 발생 시 바로 출동해 현장을 지휘할 예정이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내일 예정됐던 구청장의 기존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내일은 태풍 대비와 피해복구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지자체장들의 밤샘 대응은 최근 잇따른 지자체장들의 재난 부실 대응 논란 이후 이루어졌다. 앞서 지난달 집중호우로 수도권 전역에 피해가 속출했던 당시,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은 “꿀맛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부적절한 게시물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함께 부산지법에선 5일 2020년 7월 폭우로 시민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공무원 10명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담당 공무원의 안일한 대처가 참사를 불렀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재난 시 시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대응책임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해지고 있는 것이다.
부산 경찰과 소방당국도 곧장 비상 대응체계에 돌입했다.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와 부산경찰청은 태풍 힌남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특별 교통관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상습 침수지와 월파 우려 지역 등을 사전 점검하고 ,관련 경찰 인력을 기존 113명에서 518명으로 5배 가까이 대폭 증원해 태풍에 대비할 예정이다.
부산소방재방본부도 이날 비상 최고단계인 3단계를 발령했다. 종합상황실 신고접수대를 기존 68대에서 88대로 늘리고, 태풍 피해로 인한 신고 폭주에 대비해 긴급과 비긴급 신고도 분리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