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이래 최고 강도의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 ‘힌남노’는 중심기압만 놓고 봤을 때 역대 3번째 태풍으로 기록됐다. 역대 2위 강도였던 매미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중심기압 대비 풍속이 느렸고 다소 한반도 오른쪽으로 치우쳐 지나면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끼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오히려 경주시와 포항시 등 경북 지역이 기록적인 폭우로 상륙 지점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중심기압 역대 3위, 풍속은 8위
6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의 최저해면기압은 부산 오륙도에서 오전 5시 53분 관측한 955.9hPa이다. 역대 1위인 1959년 ‘사라’(951.5hPa), 2위 2003년 ‘매미’(954.0hPa)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이 세다. 힌남노의 경우 북상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적었고 현재 남해안 일대 해수면 온도도 높은 편이어서, 중심기압 950hPa 정도로 상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행히 상륙 전 건조한 공기가 유입돼 힌남노 중심기압이 다소 올라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기상청은 6일 브리핑에서 “북쪽에서 내려오는 기압골 건조공기가 유입되면서 강도가 조금 약해진 것으로 지금까지는 분석된다”고 밝혔다.
역대 3위 중심기압에 비해 바람의 세기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힌남노의 최대풍속은 경남 통영시 매물도에서 기록한 초속 37.4m다. 1위 매미(초속 51.1m), 2위 차바(초속 49m), 3위 쁘라삐룬(초속 47.4m)은 물론 2020년 마이삭(초속 45m)에 미치지 못하는 역대 8위의 강도다. 상당히 강한 바람인 것은 맞지만 ‘최악’은 아니었던 것이다.
육상에서 관측되는 태풍 풍속은 관측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 태풍 오른편에 있으면 바람의 세기가 더 강해진다. 반시계 반향인 태풍의 바람 방향과 북상하는 태풍의 이동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미나 마이삭의 경우 서부경남으로 상륙해 한반도를 뚫고 지나갔다. 이때 부울경은 태풍 오른쪽이어서 피해가 컸다.
반면 힌남노는 경남 거제시 오른편을 지나 상륙해 부산 오륙도와 울산 동구를 거쳐 동해상으로 빠졌다. 한반도 오른편을 스치듯 지나가 부울경 대부분 지역이 태풍의 왼쪽에 놓인 것이다. 힌남노의 예상 이동 경로는 상륙 직전까지 유동적이었는데, 실제 이동 경로는 비교적 최선에 가까웠던 셈이다.
■상륙 지점보다 더 큰 피해 입은 경북
부울경 시민 입장에서는 힌남노 상륙 시간이 비교적 짧았고, 이른 아침에 태풍이 빠져나가면서 힌남노의 위력을 체감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작 힌남노 피해는 태풍이 지나간 부울경보다 폭우가 집중된 경북에서 더 컸다.
6일 오전 9시 기준 부산의 누적 강수량은 중구 대청동 표준관측소 기준 87mm였으며, 지역별로는 금정구 154mm, 북구 147mm, 사상구 130mm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북에 가까울수록 강수량은 급증했다. 경북 경주시 토함산 483.5mm, 포항시 466.1mm, 울산시 422.5mm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포항시와 경주시는 5~6일 이틀간 500mm에 가까운 비가 내린 셈이다. 특히 포항시 구룡포는 한 시간 강수량이 111mm, 경주시 토함산은 95mm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의 강수량은 태풍 매미나 마이삭 당시를 압도하는 수준이었고, 이 때문에 엄청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 지역 폭우는 중부지방의 찬 공기와 태풍이 충돌해 ‘선상 강수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선상 강수대는 띠 모양의 비구름대를 말한다. 기상청은 “당시 태풍의 중심은 울산에 있었지만 태풍의 반시계 방향 흐름에 따라 남동풍이 포항과 경주로 유입됐다”며 “북쪽에서 침강해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선상 강수대가 강하게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