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이 이끈 청년 ‘빚투’ 세대 갈등까지 불렀다

입력 : 2022-09-12 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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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청년투자보고서

2020년 9월~지난달 뉴스 분석
지난 7월 관련보도 47건 쏟아져
정부 지원책에 세대 간 ‘시각 차’
연관어 분석에선 ‘부동산’ 최다
비수도권 ‘자영업자’ 두드러져
부산신보 “생계형 부채도 상당”

빚을 낼 만큼 내서 각종 자산에 투자하는 현상, 이른바 ‘영끌’ ‘빚투’의 뇌관은 수년 전부터 이어온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소득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 무지를 드러내 2030세대의 분노에 기름을 붓기까지 했다. 영끌 논란은 올 7월 정부가 청년 세대의 빚 탕감을 시사하는 정책을 내놓자 세대 갈등과 형평성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모든 청년들의 빚을 영끌과 빚투로 싸잡아 비판할 수 없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영끌’ ‘빚투’ 부른 부동산 버블

〈부산일보〉는 뉴스 빅테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2020년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과도한 빚까지 지면서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는 청년들에 대한 뉴스를 분석했다. 청년 세대를 의미하는 ‘2030’ ‘MZ’ ‘청년’과 ‘채무’ ‘영끌’ ‘빚투’로 뉴스 검색 키워드를 조합했다. 분석 대상 언론사는 전국 일간지 11곳과 경제지 8곳, 지역 일간지 28곳 등 모두 47곳이다.


분석 결과 525건의 기사가 도출됐으며, 2020년 9월(34건)과 2021년 5월(33건), 2022년 3월(26건), 2022년 7월(47건)에 비교적 보도 횟수가 많았다. 2020년 9월에 생산된 기사는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의 발언을 질타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앞서 김 전 장관이 그해 8월 31일 “영끌 말고 조금 기다렸다가 분양받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발언하자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청약가점만으로는 분양을 받을 수 없는 청년들이 대규모 대출을 일으킨 뒤 아파트나 분양권을 매수하는 등 2030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 됐다는 보도도 많았다.

2021년 5월에는 정부가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2030세대는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DSR는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인데, 연소득이 낮은 젊은 층이 규제 도입 전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는 것이다. 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올해 3월에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청년 세대를 위한 부동산 정책 공약, 윤석열 당선인의 경제 정책 등이 많이 보도됐다.

관련 기사가 가장 많이 쏟아졌을 때는 47건이 보도된 올해 7월이었다. 이때는 금리인상 우려에 2030세대의 영끌 현상이 잠잠해졌다는 것과 부동산 투자 등에 막대한 빚을 낸 청년들이 물가상승, 통화긴축 정책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보도가 두드러진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소상공인·청년층을 위한 각종 금융지원 대책을 발표하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를 지적한 다수의 기사도 생산됐다. “왜 영끌·빚투한 사람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나” “대출이자 꼬박꼬박 갚는 사람만 바보가 됐다”는 여론이 빗발치면서 세대 갈등도 다시 소환됐다.

비수도권 일간지의 ‘청년’과 ‘영끌’ 등 키워드 연관어. 전국 일간지에 비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눈에 띈다. 빅카인즈 뉴스분석 비수도권 일간지의 ‘청년’과 ‘영끌’ 등 키워드 연관어. 전국 일간지에 비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눈에 띈다. 빅카인즈 뉴스분석

■다 같은 빚이 아니다?

‘2030’ ‘MZ’ ‘청년’ ‘채무’ ‘영끌’ ‘빚투’ 키워드를 넣은 뒤 연관어를 분석해 보니 단연 ‘부동산’이 최다인 것으로 도출됐다. 청년들의 영끌 현상을 촉발한 것도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었고, 상당수 청년이 부동산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선 것도 이와 연관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코로나19’ ‘소상공인’ ‘일자리’ ‘주식시장’ ‘신혼부부’ ‘문재인 정부’ 등의 연관어가 높은 빈도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본격 유행하면서 청년들의 경제 사정도 나빠진 것과 함께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수도권 일간지 25개만 별도로 뽑아내 연관어를 분석해도 이와 비슷했다. 다만 연관어의 순위에서 변화가 있었다. 전국·지역의 모든 일간지에서 연관어 빈도 4위였던 ‘소상공인’은 비수도권 일간지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또 모든 일간지 키워드 검색에서 도출되지 않았던 연관어 ‘자영업자’는 비수도권 일간지 연관어 빈도에서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비수도권 일간지 키워드 검색에서는 ‘문재인 정권(3위)’과 ‘취업난(5위)’ 연관어가 비교적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비수도권 일간지들은 수도권에 견줘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많고 코로나19 유행 속에 양질의 일자리가 적은 비수도권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더 강조한 셈이다.

일부 지역 청년은 투자 대신 창업을 선택하고 빚을 냈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지자체가 이를 지원한다는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청년들이 대규모 대출을 받아 각종 자산에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이 어려워서 많은 빚을 내는 현상도 동전의 양면처럼 나타나고 있다. 부산신용보증재단(부산신보) 부산청년희망신용상담센터는 올 6월 2일부터 부채 문제 해소 등을 위해 상담·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6일까지 상담 실적은 모두 206건. 이 중에서 일부 청년은 영끌, 빚투 탓에 늘어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상당수 청년의 고민은 ‘생계형 부채’였다고 부산신보는 전했다.

부산신보 관계자는 “상담 내용 중에는 학자금 대출이나 실직을 당해 대출을 받는 등 진짜 생활이 어려워 빚을 냈다고 고백하는 청년도 꽤 많았다”며 “이런 청년은 대부분 직업이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았는데,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있음에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출을 갚지 못하고 연체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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