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그동안 신차 테스트를 위한 트랙은 있었지만 고객들을 위한 드라이빙 체험 센터는 갖추지 못했다. 고객 행사는 다소 거리가 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 등에서 치뤄야 했다. BMW코리아가 수도권인 인천 영종도에 전용 드라이빙센터를 갖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수도권과 지방 고객의 접근성이 좋은 경기도 용인스피드웨이를 장기임대한 것과 비교가 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의 운전 체험시설과 주행시험장을 갖춘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센터가 이달 초 충남 태안에 문을 열었다. 이른바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기초 운전부터 고난도 주행기술까지 다양한 드라이빙 체험을 할 수 있다.
지난 15일 이 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의 주행 체험 시설은 총 8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는데, 이날 6개의 코스를 직간접으로 경험했다. 다소 난이도가 있는 코스는 인스트럭터가 운전했다.
첫 번째 코스는 다목적 주행코스로, 평탄한 노면에서 가속과 감속, 코너링 등을 주행하는 ‘짐카나’와 러버콘(안전표시 삼각콘)을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슬라럼’으로 이뤄져 있다.
현대차 ‘벨로스터N’으로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테스트해본 뒤 슬라럼, 짐카나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고급코스라지만 비교적 평이하게 짜여져 있는 편이었다.
이어진 코스는 전체 길이 4.6km에 최대 38도 경사각이 있는 서킷을 달리는 고속주회로. 전문드라이버가 기아 스포츠세단 ‘스팅어’를 몰았다. 경사도가 낮은 2차로에선 동승 기자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졌지만 서킷 가장자리에 있는 경사각이 높은 1차로 주행에선 오히려 몸이 수평이 됐다. 최고시속 250km로 달렸는데도 안정감이 있다. 인스트럭터는 “차량 세팅이 그렇게 이뤄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1차로 달릴 때가 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마른 노면 서킷에선 현대차 ‘아반떼N’으로 다양한 곡선주로를 달렸다. 총 길이 3.4km, 폭 11m, 16개의 코너로 이뤄져있는데, 기존 인제스피디움이나 용인스피드웨이의 경우 코스 높낮이가 있지만 이곳은 타이어 테스트 트랙이어서 평지 주행이라는 점, 전형적인 방식의 주행 스타일보다는 다소 변형된 코스 주행을 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 다음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고정식 오프로드 코스. 인스트럭터가 직접 운전하는 현대차의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팰리세이드’에 동승해 가파른 33도의 언덕경사로를 오르고, 서라운드뷰를 켠 상태에서 DBC(경사로 저속 주행 장치) 작동으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내려왔다. 통나무 등 범피(울퉁불퉁한 길) 코스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이날 마지막 코스에선 기아 전기차 ‘EV6’와 아반떼N으로 바닥이 젖은 노면 서킷 주행과 제동 기능 등을 테스트했다. 시간당 5mm 정도의 비가 오는 노면을 설정했지만 시속 40~60km사이에서 언더스티어링(차량이 운전자가 원하는 것보다 회전이 덜 되는 현상)이나 오버스티어링(운전자가 원하는 조향각 보다 더 크게 차량이 회전해 바깥으로 미끄러지는 현상) 없이 비교적 편안한 주행이 이뤄졌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이달 16일부터 고객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부터 고성능차 전용, 오프로드, 드리프트, 전기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약 1만 5000명 체험이 가능하다.
고객은 자신의 운전실력에 맞춰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의 드라이빙 프로그램(레벨 1∼3, N서킷, N어드밴스드, N마스터즈, EV, 오프로드)을 택하면 일반 도로 운전은 물론 드리프트 등 최고급 기술도 배울 수 있다.
또한 전문 드라이버와 함께 서킷을 고속으로 달리는 택시 드라이브 등 드라이빙 플레저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