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건강과 면역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면서 영양제를 챙겨 먹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비타민만 해도 A·B·C·D·E·K 중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헷갈리고, 오메가3, 루테인, 마그네슘, 셀레늄, 쏘팔메토 등 문외한들로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영양제가 적지 않다. 몸에 좋다고 무턱대고 이것저것 섭취했다간 되레 간에 무리만 줄 것 같아 걱정도 된다. 좋은강안병원 가정의학과 신보경 과장의 도움을 받아 ‘알아두면 영양되는 영양제 복용법’에 대해 들어봤다.
임신부, 철분제·엽산 등 챙겨 먹길
한국 성인 93%가 비타민D 결핍
비타민A·E, 오메가3와 함께 복용
커피 마셨다면 칼슘제 나중에 섭취
■성인 대부분이 비타민C·D 결핍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배달음식 등 가볍게 한 끼 때우는 식사 빈도가 늘어나면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거대 영양소는 과다 섭취하는 반면 꼭 필요한 미량 영양소는 결핍되기 십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이다.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93%가 비타민D 결핍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는 신체 내의 다양한 면역체계 활동에 영향을 주는 영양소로, 부족할 경우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과 당뇨, 심혈관질환, 아토피, 천식 같은 질환에 악영향을 준다.
세포의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없애고 에너지 대사를 보조하는 비타민C 역시 우리 국민들의 하루 섭취량은 60.4mg으로, 1일 권장섭취량인 100mg보다 훨씬 부족한 상황이다. 잦은 야근,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으로 체력이 떨어지거나 만성피로에 시달린다면 비타민B 복합제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보경 과장은 “평소 식습관 등을 통해 자신에게 어떤 비타민과 미네랄이 결핍되었는지 관심을 갖고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해당하는 영양제를 챙겨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오메가3·마그네슘 도움
성장기 어린이나 수험생은 아연과 비타민D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아연은 세포의 증식과 분열에 관여하므로 성장과 성적 성숙에 필수적이다. 또 면역세포의 성장과 활성화 등에도 필수적이기 때문에 아연이 결핍되면 면역력 저하로 감염성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식물성 식품에서는 아연의 흡수율이 좋지 않기 때문에 채식주의자의 자녀는 아연 결핍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채식주의자의 자녀라면 권장량의 1.5배 분량의 아연을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임신부와 가임기 여성이라면 철분제와 엽산, 비타민D 등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임신부는 생체 내 혈류량이 증가되어 있어 빈혈이 발생하기 쉬우며 이는 태아에게 질이 좋지 않은 혈액이 공급될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한 태아 형성을 위해 임신 중기부터 철분제 복용이 필수다. 엽산은 신경학적 결손을 동반한 태아 발생을 예방한다. 가임여성들 중에서는 무증상 철결핍성 빈혈 환자가 많다. 국내 만 10세 이상 빈혈 유병률은 11.6%로 여성이 남성보다 약 4.5배 정도 높다. 월경으로 인해 매달 20~80cc 정도의 혈액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인데, 이를 방치할 경우 심장 및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사회적 활동이 가장 왕성한 중장년층은 오메가3와 마그네슘, 비타민D 등이 추천 영양제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38.4%인데, 이상지질형증은 동맥 경화를 유발시키며,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위험인자로 평가 받는다. 오메가3 지방산(EPA/DHA)은 혈중에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인다고 알려졌다. 혈행 흐름에 도움을 주고, 관상동맥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마그네슘은 근육의 이완과 수축, 탄수화물 대사와 신경 안정 등에 관여하는 미네랄이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만성피로, 수면 문제, 근육경련을 일으키고 여성의 경우 생리통이나 생리전증후군을 유발한다.
노년으로 접어들면 기력이 없는데다 입맛도 떨어진다. 식욕 부진으로 단백질 섭취량이 줄어들면 근감소증을 유발한다. 이는 노인들의 활동력 감소로 이어져 근감소증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따라서 충분한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노쇠라는 악순환 고리를 방지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셀레늄은 비타민E보다 약 1800배나 강력한 항산화 성질을 가지고 있고 비소, 카드뮴, 수은, 납과 같은 중금속의 독성영향을 조절하는 길항제로 알려져 있다. 셀레늄은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암 세포를 죽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칼슘제는 커피와 궁합 안 맞아
영양제를 복용할 때는 각각의 흡수율을 고려한 '골든타임'과 함께 다른 영양제와의 ‘궁합’도 따져봐야 한다.
비타민A·E·D·K 는 지용성이므로 오메가3와 함께 복용하거나 식사 후 바로 먹으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비타민B 복합제의 경우 언제든지 복용 가능하다. 비타민C는 산성의 성질이 있어 속쓰림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식사 중에 복용하는 게 좋다. 철분제는 흡수율이 떨어지는 성질이 있어 공복에 섭취해야 하며, 오렌지주스(비타민C 함유)를 같이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반면 우유(칼슘)와 함께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커피를 마셨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칼슘제를 먹는 것이 좋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칼슘도 함께 내보내기 때문이다. 임산부들에게 커피 섭취를 하루 한잔 정도로 제한하는 이유도 칼슘 배출이 태아의 뼈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연과 셀레늄도 칼슘과 함께 섭취하면 서로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시간차를 두는 것이 좋다.
눈 건강제인 루테인은 흡연자라면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루테인을 10년 이상 장기 복용한 성인은 폐암 발생 위험도가 2.02배 높아지고 특히 흡연자의 경우 3.31배 상승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간과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영양제 복용으로 인해 그 기능이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피검사를 통해 복용 가능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영양제는 순수 효능을 가진 성분뿐 아니라 제조 공정 중 각종 화합물들이 첨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 과장은 “과거 병력,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 가족력, 식습관,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개인별로 필수적인 영양제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전문가의 상담과 혈액 검사 등을 병행해야 영양제로 인한 독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