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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화재 생존자가 전한 참상…"집이라는 연옥에 갇혀 무기력"

    입력 : 2025-11-29 14: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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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현지시간) 오후 10시 15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잔불과 열기로 인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오후 10시 15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잔불과 열기로 인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집이라는 연옥에 갇히게 될 것임을 알았습니다. 창밖을 보니 불꽃과 뒤섞인 검은 눈송이 같은 잔해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절망의 비였습니다."

    2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32층짜리 홍콩 아파트단지 7개 동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로 적어도 128명이 사망한 가운데, 한 생존자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이같이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처음으로 불이 난 건물의 2층에 거주하던 윌리엄 리(40) 씨는 화재 당시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화재 소식을 처음 알게 됐다. 그는 곧장 대피하려 했지만, 현관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눈앞이 캄캄하고 짙은 연기로 숨을 쉬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비상구를 통해 로비로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인지 물었지만, 로비가 불바다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대피로가 끊어졌음을 알게 됐다. 그는 '집이라는 연옥'에 갇혔다고 느끼며 무기력하게 구조를 기다리다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수건 등을 적시는 등 행동에 나섰다.

    그러다가 현관문 밖 복도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젖은 수건을 움켜쥐고 밖으로 나갔고, 연기 때문에 눈물이 흐르고 목이 타는 듯 뜨거웠지만 복도 벽을 더듬으며 나아가 마침내 한 쌍의 부부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부부에게 마실 것과 의복을 주고 "진짜 비상 상황이 오면 창밖으로 뛰어내릴 수 있다. 우리는 2층에 있는 만큼 가능할 것"이라면서 "걱정할 필요 없고 우리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조용히 창가에 앉아 창밖으로 불꽃과 뒤섞인 검은 눈송이 같은 잔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며 "절망의 비였다. 너무 잔혹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에서 매우 많은 것들이 내 통제 밖에 있지만 적어도 내 몸은 통제할 수 있다고 항상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마지막 통제권마저 화염에 의해 무자비하게 빼앗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죽느냐 사느냐는 철학적 질문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내 앞에 놓인 적이 없었지만, 그에 대한 답은 내 손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다 창문 부근에서 소방관을 봤고, 손을 흔들고 손전등을 비추면서 구조를 요청했다. 26일 오후 2시 51분께 화재 발생 후 약 1시간 뒤인 오후 4시께 소방관이 이들을 발견했고, 오후 6시께 고가 사다리를 통해 구조가 이뤄졌다.

    그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느꼈던 무력감을 토로하면서 "짙은 연기보다 더 숨 막히게 만든 것은 철저한 무력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기에 앉아있는 것뿐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같이 있던 부부에게 구조 순서를 양보하고 기다리는 동안 집에서 무엇을 챙겨갈지 생각했다면서,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피규어 인형과 그림, 럭셔리 제품, 자녀의 장난감, 아내의 애장품 등이 떠올랐지만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소방관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의 정신은 더 강하다. 함께 치유하고 재건하자"고 글을 마무리했다.

    전날 오후 8시 15분 기준 당국이 밝힌 이번 화재 사망자는 소방관 1명을 포함한 128명이다. 부상자는 79명, 실종자는 약 200명이며, 수색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실종자 가운데 사망자가 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948년 176명이 숨진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최대 인명 피해를 낸 이번 화재와 관련, 홍콩에서는 왜 불길이 단 몇 분 만에 크게 번지고 화재경보는 울리지 않았는지, 공사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해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는 SCMP 인터뷰에서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면서 "많은 이웃이 여전히 실종상태라는 말을 듣고 병원에서 울었다"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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