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민병두(왼쪽 세번째)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참여연대,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회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사업법안의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면 상무'부터 남양유업 욕설 파문까지 잇따르는 '갑질'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김한길 대표 체제를 맞은 민주당은 8일 "을(乙)을 위한 정당"을 천명하면서 이번에 불거진 '갑의 횡포'를 경제민주화 입법의 동력으로 활용할 태세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종걸·민병두 의원은 남양유업 사태로 공정거래법과 프랜차이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대리점과 특약점 문제가 조명되면서 이를 방지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공정거래법 23조는 우월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대리점 등 기업 하부 판매조직의 경우, 독자적 영업인 동시에 기업의 내부 행위로도 볼 수 있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민 의원 측은 "공정거래법은 모법일 뿐이고, 다양화한 갑의 횡포를 받고 있는 여러 을을 보호할 개별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관련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안에는 평균 판매량을 월등히 초과하는 물량을 '밀어내기'하거나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깎거나 계약해지를 하는 경우를 제재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새누리당도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을 주축으로 입법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경실모는 관련업계 관계자 등을 초청해 내주 중 정책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실모 소속인 이종훈 의원은 공정거래법 23조를 보다 구체화해 유업 외에 주류업이나 식자재 유통업 등 밀어내기 행태가 빈발한 업종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포괄규제하는 법안 개정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를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부당한 갑을관계는)사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반드시 풀어가야 할 숙제"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경제민주화 법안이 6월에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신경 써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어진 현오석 경제부총리와의 면담에서도 "갑을관계에서 인간적 모욕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권리도 경제민주화 개념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