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건축 이야기] 9. 부전교회

입력 : 2016-12-28 19:03:03 수정 : 2016-12-30 09: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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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첨탑의 관습적 틀 깬 수평적 자유 공간

거친 자연의 질그릇 같은 순수함, 진실, 담백함을 담은 부전교회. 사진은 부전교회 전경. 윤준환 제공.

많은 사람은 장소를 떠나서 살 수가 없다. 따라서 장소와 기억은 필연적으로 엮어 있다. 주로 소규모 건축물 중심으로, 생활 주위에 있는 예술적이며 실용성 높은 건축물을 소개하는 시리즈인 '생활속 건축이야기'는 바람직한 건축문화를 꽃피우는 지평을 열고자 마련됐다. 이 시리즈가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어 이번 회부터는 기사 분량과 편집을 더 확대했다.

미지의 세상으로 떠나는 배 형상 
전망대처럼 하늘에 떠 있는 느낌 
노출콘크리트 기법 국내 최대 규모
'따뜻한 공공성' 제공 과제로 남아

부전교회는 대개의 교회건축물이 수직의 첨탑으로 표상되는 관습적인 설계에서 벗어나 있다. 이제 막 돛을 달고 미지의 세상으로 떠나려는 배처럼 자유스럽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시민들을 기다린다. 딱딱하게 굳어 위압적인 수직성이 아니라, 많은 것을 포용할듯한 자세로 수평적으로 계속 확산하고 있다.

건축물을 돌아 올라가는 바깥 계단.
돌아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마치 언덕을 오르듯, 파노라마 같은 부산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교회 진입광장을 거쳐 공중광장에 이르는 외부 계단은 각층 출입구와 연결되어 옥상정원까지 이어진다. 이는 열린 교회의 기능으로써 도시와 온천천과 그리고 교회를 잇는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다. 내부공간은 두 개의 볼륨, 즉 예배동과 교육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 예배당은 안정된 예배공간을 만들었고, 온천천을 향해 열려있는 부채꼴의 본당 로비는 편안하면서도 극적으로 자연을 끌어들였다. 교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도심 속의 자연과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진입광장, 여유로운 경사로, 공중 광장, 옥상정원에 이르는 다양한 공적인 공간들을 배려했다.

시공을 맡은 경동건설 김재진 회장은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시공하기 위해서 3년여 동안을 거의 수행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경비를 생각하지 말고 기업 이미지를 올리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결과 10% 정도를 교회에 '헌금'한 듯하다"며 밝게 웃는다. 김 회장은 또 "건축과 도시의 역할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됐다"며 "앞으로의 건축도 가능하면 가치 생산에 많은 힘을 쏟겠다"고 말한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교회건축을 설계한 바 있는 코마건축사사무소 이은석 대표는 "해당 대지와 교회가 요구하는 것에 충실했고 외형적 요소가 아닌, 기능에 충실했다"고 설계 의도를 설명한다. 이 대표는 기존 교회의 수직적인 첨탑이라는 관습적인 형태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뱃머리 같기도 하고, 노아의 방주 같기도 하며 또는 전망대 같은 건축물은 큰 매스가 하늘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실제 공사도 공중에서 달아내는 고난도의 캔틸레버 기법을 사용했다. 필로티처럼 건축물을 떠게 함으로써 주변을 나타내며 끌어들이는 것이다.

노출 콘크리트 시험 연습을 한 것을 그대로 남긴 벽
부전교회는 시공상에 또 다른 기념비를 남겼다.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축물로 남았다. 노출 콘크리트 기법은 콘크리트 표면에 마감재료를 별도로 시공하지 않고 콘크리트 자체의 색상과 질감으로 마감하는 공법을 말한다. 최대 높이 28m, 둘레 길이 458m로 벽 두께와 높이가 각기 다른 채 공중에 떠 있는 구조여서 그야말로 어려운 기술을 요구한다. 다시 고치기도 어렵다.

이 대표 역시 '시공사인 경동건설의 노력과 기술은 영웅적'이라는 표현을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기법을 훌륭하게 적용함으로써 종교건축의 장엄함, 검소하고 소박함, 무한한 변화의 의미, 금욕적이고 신성함을 제대로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전교회 박성규 목사는 "설계와 시공에 있어서 대만족"이라며 "교회가 신도들의 공간이기는 하지만 어린이도서관, 예식장, 체육관, 다목적콘서트홀로 시민들에게 늘 열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경동건설의 이번 시공은 부산 건설회사들이 경기 불황에 대비해 앞으로 이러한 예술적인 소형건축물들에 대해 눈을 돌려야 하는 시금석을 제시했다는 차원에서 평가할만하다. 경동건설 김정기 사장은 "거의 안 해본 작업이어서 무려 1년여 가까이 견학하며 공부를 했다. 이러한 비용과 노력이 고스란히 회사의 듬직한 자산으로 이어져 기쁘다"며 긍지를 나타냈다.

부전교회는 다소 건축물이 차갑게 느껴지고 대형교회의 공적 공간 점령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 공간을 '따뜻한 공공성'으로 돌려주는 것은 교회의 몫이 되었다.

영어에서 건축을 말하는 '아키텍처'는 으뜸이란 뜻의 '아키'와, 기술을 뜻하는 '텍처'가 합쳐진 말로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으뜸이 되는 큰 기술'이란 뜻이다. 부전교회의 건축가, 시공사, 건축주는  '으뜸이 되는 큰 기술'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공간,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교회에 '사랑의 열매'를 달았다. 

 박태성 문화전문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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