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2년 전 초저금리를 활용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에 나섰던 대출자들은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에 놓였다.
당장 월 상환액 부담이 두 배에 달하는 등 급격히 늘어난 이자 부담 사례는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연내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0%포인트(P) 인상)에 나설 가성이 높아, 이들 대출자의 고통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급격한 금리 상승에 불과 1~2년 전 수억 원을 대출한 차주들은 늘어난 이자 부담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A은행의 대출자 사례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기업에 근무하는 A 씨(신용등급 3등급)는 2년 전(2020년 10월) 서울 서초구 래미안서초에스티지 25평형(전용면적 59.99㎡)에 8억 1500만 원의 임대보증금을 내고 전세로 들어갔다.
전세대출을 최대한도인 5억 원까지 받았고, 신용대출도 1억 원을 보탰다. A씨의 최초 대출 당시 월 이자 상환액은 약 132만 60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이달 금리 갱신 시점에는 상환액이 약 259만 3000원으로 약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만약 앞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1%P) 만큼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A씨의 월 이자 상환액은 약 309만 3000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694조 9302억 원이다. 8월 말 비교해 신용대출은 1조 8340억 원이나 감소했으나 주택담보대출은 6568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 1월 이후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금리가 치솟으면서 A씨와 같은 대출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연 4.730∼7.141% 수준이다. 불과 1주일 전인 9월 23일(4.380∼6.829%)과 비교해 상단이 0.312%P, 하단이 0.350%P나 높아졌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주요국 통화정책 긴축으로 빠르게 상승한 것이 금리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연말까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최소 기준금리를 0.75%P에서 최대 1.00%P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럴 경우 연내 대출금리는 8%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출금리가 8%에 달할 경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거의 14년 만의 일이다.
주담대 혼합형 외에 다른 대출의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도 조만간 7%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도 대출금리 7%대 진입은 시간문제다. 이처럼 금리가 치솟자 정기 예·적금에는 불과 한 달새 30조 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몰리는 등 이른바 '역 머니무브'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