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 해녀는 가치 있는 일. 내년에는 학교 꼭 열 겁니다"

입력 : 2022-11-29 10:20:34 수정 : 2022-11-29 16: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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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원 신암어촌계장

해녀촌 있는 연화리로 친숙한 어촌계
태풍·코로나로 올해 해녀학교 못열어
해녀 어머니들 학교 개교 의지 높아

천대원 신암어촌계장. 장병진 기자 천대원 신암어촌계장. 장병진 기자

어촌에서 태풍은 언제나 반갑지 않은 존재다. 조업을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설이 파괴되는 일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암어촌계 천대원 계장은 태풍이 특히나 더 원망스러웠다. 원래 신암어촌계는 올해 9월 2일 부산어촌특화지원센터와 함께 해녀체험학교를 열 생각이었다. 하지만 태풍 힌남노가 부산 지역에 영향을 준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결국 해녀학교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8월부터 해녀학교를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한 번 연기했던 터라 아쉬움은 더 컸다. 9월 이후에는 날씨가 추워 일반인들이 해녀체험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올해는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

"진짜 해녀가 알려주는 해녀학교의 첫걸음을 뗄 수 있었는데 정말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고민하다 취소 통보를 했어요. 정말 올해 문을 열지 못해 아쉽습니다."

신암어촌계는 '연화리' '전복죽'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어촌계다. 영도와 함께 부산에서 잘 알려진 해녀촌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 계장의 어머니는 김정자 해녀다. 김정자 해녀는 고두심 씨 등 유명 연예인들과 촬영을 한 적도 있는 부산 대표 해녀다. 제주도에 초대되어 미역 채취와 관리법을 설명할 정도로 '해녀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물론 마을 해녀 분들이 부산에서 공동체가 가장 잘 유지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우리인데 '우리가 해녀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할 거면 진짜 해녀인 어머니들이 고생해 주이소'라고 말했죠."

참고로 신암어촌계는 올해 해녀 중심의 공동체 활동으로 해수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신암어촌계 해녀들은 해녀학교를 열기 위해 ‘해녀 교사의 자질과 스킬’ ‘해녀 문화 소개와 지도 계획서 작성’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모의수업 진행’ 등은 물론 안전 교육도 이수하는 등 바쁜 생업 와중에도 시간을 내었다.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던 해녀들이 하루에 6~7시간씩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낙오 없이 모두 수업을 이수했단다.

"어머니들이 해녀 학교에 대한 의지가 높습니다. 예전에는 해녀가 직업은커녕 천한 사람들의 일로 취급 받았는데 이제는 학교를 열어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일이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신암어촌계는 내년에 해녀학교를 다시 연다. 현재는 기존 프로그램을 더욱 영양가 있게 만드는 작업 중이다. 뿔소라 피리 만들기 등과 같이 가족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왔을 때 물에 들어가지 않은 가족들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천 계장은 단순한 레저 차원을 넘어 해녀의 역사적 가치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 중이다.

"부산은 육지 해녀의 중심지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하지만 제주나 거제와 같은 학교가 없어 젊은 해녀들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부산에 해녀학교가 만들어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육지 해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부산 해녀의 가치를 알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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