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인근 대림맨션
향수 가게 등 10여 곳 성업
해리단길 우일맨션 1층
꽃집 등 상점 20여개 영업
소음 등 주민 민원도 잇따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1975년 준공된 대림맨션. 김성현 기자

준공된 지 반세기 정도 된 부산 해운대구 구축 아파트에 개성있는 소규모 상점들이 들어서며 MZ세대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변신하고 있다. 주민들이 사는 공간 사이로 소규모 상점들이 입점해 형성된 소규모 상권은 전국에서 최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복고풍 느낌의 건물에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새로운 해운대 관광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대림맨션. 이곳은 지상 5층 38세대 규모로 1975년 준공된 복도형 아파트다. 평일이지만 한눈에 봐도 주민들보다 관광객들의 왕래가 더 잦았다. 2년 전부터 주민들이 거주하는 세대 사이사이로 소규모 상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는 10여 곳이 영업 중이다. 디저트 가게, 빈티지 옷 가게, 갤러리 등이다.

1975년에 준공된 대림맨션에서 영업 중인 한 상점. 김성현 기자

이처럼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에 상점들이 들어서 새로운 소규모 상권을 형성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이곳 2층에는 연예인 윤계상 아내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유명한 향수 가게 ‘논픽션’이 입점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브랜드는 핸드크림과 향수, 룸스프레이, 캔들 등을 파는 것으로 유명한데, 부산에선 이곳이 백화점이 아닌 곳에서 유일하게 영업 중이다. 송서연(29) 씨는 “향수 가게가 가장 유명하고 핸드크림이 친구들 생일선물로 적격이라 벌써 대여서번 방문했다”면서 “백화점 가도 못사는 브랜드가 있고, 건물 외관이 오래됐지만 예뻐서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상권 형성 원인으로 해운대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좋은 접근성과 해운대의 다른 지역보다 싼 임대료 등을 꼽았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아파트 세대별로 각자 소유자가 다른 공동주택에서 이처럼 소규모 상권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라면서 “소규모 재개발 사업은 힘들고 주택으로도 인기는 크게 없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들이 젊은 층에게 통하는 소구력이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구 해리단길 골목길에 위치한 1978년 준공된 우일맨션 1층 상가. 김성현 기자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해운대구 해리단길에도 1978년 준공한 53세대 우일맨션 1층 상가도 형형색색으로 소규모 상점들이 들어서 인기다. 상점별로 10평도 채 되지 않은 공간이지만, 꽃집, 디저트 가게, 타로 가게, 편집숍 등 2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이곳은 ‘ㅁ’자 형태의 공동주택으로 1층에만 리모델링한 상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영업 중이다. 최미예(37) 씨는 “해운대 인근이지만 해변가와 다른 느낌으로 이렇게 공존하는 방식도 친근하고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입주민들이 상권 형성으로 들어서며 소음 등의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대림맨션 내부 곳곳에는 ‘상업공간과 주거지가 어우러진 곳으로 소리를 지르지 않고, 쓰레기 등을 버리지 말아달라’는 게시글이 보였다. 대림맨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해운대구 고층 빌딩 사이로 비교적 이국적인 공간인 우리 아파트에 약 2년 전부터 상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입주민들은 소음 등의 이유로 민원이 있다”고 밝혔다.

홍준성 동의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상권이 특이한 곳에 형성돼 ‘재미’라는 요소에서 젊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것 같다”면서 “하지만 공동주택이라는 특성상 휴게음식점 등이 들어설 수 없어 더 이상 상권이 확장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구 해리단길 골목길에 위치한 1978년 준공된 우일맨션 1층 상가. 김성현 기자

부산 해운대구 해리단길 골목길에 위치한 1978년 준공된 우일맨션 1층 상가. 김성현 기자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