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의 위드 디자인] ‘기억에 남는 여행 경험’ 디자인하기

입력 : 2022-11-29 18: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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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큐브디자인랩 대표

여름휴가 여행지 만족도 부산 첫 2위
MZ세대 특색 있고 독특한 경험 중시
‘부산다움’의 특별한 매력 어필해야

올해 여름휴가 여행지 만족도 조사에서 부산시가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는 기사를 접했다. 대한민국 제2 도시인 부산이 어느 분야에서 2위인 것이 이리 놀랄 일이겠냐마는, 모든 잠재력과 인프라를 갖춘 부산이 이제까지 3~5등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또한 올해 2위가 되었다는 것에 살짝 흥분된다.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 이후, 자연을 찾던 여행 트렌드가 인프라가 풍부한 대도시 선호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고도 한다. 또한 2020년 국내 1호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된 부산시의 노력이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만족도 조사는 여행 자원 ‘매력도’ 측면과 여행 환경 ‘쾌적도’ 측면의 10가지 항목에서 평가되었다. 부산시는 매력도 측면인 볼거리와 먹거리에서 최상의 점수를, 쾌적도 측면인 교통, 물가, 상도의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도시를 하나의 브랜드로 본다면, 매력도와 쾌적도라는 두 가지 지표는 브랜드 고객 경험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기억에 남는’(memorable) 경험과 ‘매끄러운’(frictionless) 경험과도 각각 연결이 된다. 매끄러운 경험은 ‘편의성 브랜드’가 주로 사용하는 전략으로 사용자의 니즈를 얼마나 편리하게 충족시키는가에 달려 있기에,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신에 ‘부티크 브랜드’는 브랜드의 경험과 인상을 높여 주길 원하기에 때론 매끄럽지 않은 경험을 의도적으로 발생시키기도 하며,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를 원한다. 즉 세심하게 잘 설계된 고객 여정과 몰입형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흥미롭게도 브랜드 전략에서는 두 경험을 모두 추구할 때 도리어 기업 이윤이 줄고 브랜드 성장에 한계가 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매끄러운 경험이든 기억에 남는 경험이든 한 가지 고객 경험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전략 관점에서는 부산이 제공하는 경험이 어떤 고객 경험 매트릭스에 속할지 정의하고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올 여름, MZ세대 FIT(개별자유여행자) 부산 관광객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반적인 설문조사가 아니라 인터뷰 방식의 조사는 고객 경험에 대한 더욱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데이터 수집 방식이기에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으로 많이 사용된다. 카톡으로 실시간 진행한 ‘트래블 톡’과 네이버 밴드를 통한 ‘트래블 다이어리’를 기록하는 조사를 통해 40명의 여행자를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4가지 유형의 MZ세대 부산 여행자를 정의했다.

첫 번째 그룹은 바다에서의 체험을 즐기는 진취적인 여행자 ‘시끌벅적 활동가’다. 바다 액티비티와 함께 도심에서의 특별한 일상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바다는 직접 뛰어들 수 있는 곳이며, 여행지다운 체험 활동을 원한다. 두 번째 ‘취향 저격 핫플 리더’는 누구보다 빠르게 핫플레이스를 직접 경험해야 하는 트렌드를 쫒는 여행자다. SNS로 소통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선호한다. 여행 코스를 짜고 머릿속으로 여행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철저한 계획파다. 이들에게 바다는 SNS 인증 샷으로 남는다. 세 번째 ‘문화 역사 탐방가’는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한 지역 친화 여행을 선호하는 인문형 여행자다. 이들은 관광지 배경으로 보이는 바다에서 부산을 느낀다. 부산의 역사와 지역성을 지키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네 번째 ‘사색하는 현지인’은 여행지에서도 느긋하게 즐기며 자신이 느끼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좋아하는 여행자다. 부산에서 현지인처럼 느긋하게 골목을 거닐고, 현지인들만 다니는 일상을 경험하고 싶다. 이들에게 바다는 위로와 힐링이다.

네 가지 유형 중에서도 ‘시끌벅적 활동가’와 ‘사색하는 현지인’이 부산만의 ‘기억에 남는 여행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험 활동형 여행자라 할 수 있다. 특히 관광 상품 아이디어 도출 리빙랩 워크숍에 참여한 부산 청년들은 50%가 자신을 ‘사색하는 현지인’이라고 정의한 것이 흥미로웠다. 인터뷰한 여행자 중에는 “자신이 경험한 최고로 불친절한 도시가 부산”이라고 하는 외국인도 있었지만, 많은 여행자들의 공통되는 요구 사항은 ‘부산다움’이었다. 부산의 정체성, 부산의 DNA에 대해 질문했다. “바다와 먹고 자는 것 외에 특별한 기억은 없다” “부산만의 특별한 매력을 잘 못 느끼겠다” “무의미한 조형물은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것, 부산만의 특별한 경험이 없었다”. 경험 소비를 좋아하는 MZ세대들은 부산의 특색이 드러나는 체험 거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여행지로서의 독특한 경험, 거주지를 벗어난 일상의 경험을 요구한다.

‘부산다움’은 무엇이며 어떤 전략으로 경험되어져야 하는가? 도시의 여행 경험은 매끄러워야 하는가? 기억에 남는 것이어야 하는가? 여행 경험에 대한 이해가 질문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관광도시 2위라는 것이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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