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채용 시장, 하반기에도 ‘짙은 먹구름’

입력 : 2024-09-26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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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중공업·대한제강·파나시아
지역 주요 기업 고용 계획 없어
일부는 규모 줄이거나 예년 수준
경기 침체·수도권 수시 채용 탓
배터리 업체 금양은 250명 뽑아

4일 부산 연제구청에서 열린 ‘2024년 연제구 청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날 한국자산관리공사,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총 10개 기관이 참여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4일 부산 연제구청에서 열린 ‘2024년 연제구 청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날 한국자산관리공사,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총 10개 기관이 참여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취업 시즌을 맞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산 기업의 채용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역의 주요 기업 상당수가 소규모 수시 채용에 나서거나 예년에 비해 공채 규모를 줄이면서 지역 청년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엔데믹이 한참 지났는데도 코로나19 이후 급감했던 채용 규모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6일 지역 상공계에 따르면, 부산 주요 기업 상당수는 하반기 별도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앞서 부산상공회의소가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신규 채용 전망 조사’에서도 지난해 말 채용 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30.7%에 그친 바 있다.

지역 대표 대기업인 HJ중공업은 하반기 별도의 신규 채용 일정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HJ중공업은 신규 채용의 경우 연말이나 늦으면 내년 초 구체적인 채용 일정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 3대 철강 기업인 대한제강은 건설 경기의 지속적인 악화로 인해 하반기 별도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중견기업 파나시아는 상반기 수시 채용으로 40명을 선발한 이후 하반기에는 별도의 신규 채용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기업이 많다. 성우하이텍은 지난 상반기 85명을 선발한 데 이어 최근 하반기 공채 45명 선발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해 신규 채용 인원(150명)에서 다소 줄었다.

중견기업 화승은 부산·경남에 본사를 둔 계열사 4곳(화승코퍼레이션·화승알앤에이·화승티엔드씨·화승네트웍스)에 대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수시 채용을 할 계획인데,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50여 명 선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50여 명을 선발한 데 이어 하반기 20여 명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인 중견기업 태웅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역 대표은행 BNK부산은행·경남은행의 올해 채용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BNK부산은행·경남은행은 지난해(89명)의 80%대인 70명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지역의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에 주춤한 것은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악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경영 환경 개선이 불투명해진 탓에 인력 규모를 쉽게 늘릴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산상의의 올해 신규 채용 전망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75.5%가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은 주된 이유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따른 인력 규모 유지’를 꼽았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불황이 지속되면서 제조업이 주를 이루는 지역 경제가 더욱 주춤해진 것도 한몫한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수시 채용을 통한 경력직 선발에 나서면서 인력 부족의 이중고를 호소하기도 했다. 부산 상공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인력 충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수도권 이직 등을 이유로 그만두기도 해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경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위기 속에서도 인재 확보를 위해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다. 부산의 대표 배터리 전문기업 금양은 올해 말 부산 기장군에 완공되는 기장 팩토리2의 본격적인 가동을 위해 하반기 250명을 신규 채용에 나서며, 내년에도 300명 가까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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