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시어머니를 돌보러 온 며느리를 아령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시아버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9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올해 8월 18일 오후 8시 17분께 전주 시내 자택에서 큰며느리 B 씨 머리를 3㎏짜리 아령으로 여러 차례 내려친 혐의로 기소됐다.
B 씨가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후에도 “죽어라”고 외치며 목을 조르는 등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폭행을 당한 B 씨는 머리뼈에 금이 갈 만큼 다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시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시댁에 머물렀고, 범행 며칠 전부터 A 씨와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 씨는 가족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 “너희만 좋은 쌀로 밥 먹고, 내 건 안 좋은 쌀로 밥을 지었느냐”며 B 씨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A 씨는 이후 며느리 B 씨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했으나, B 씨가 “아버님이 나가시라”고 하자 분을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곤 극약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음독 전에 ‘이대로 죽으면 내가 왜 죽었는지 알아줄 사람이 없다’며 ‘며느리를 먼저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방 안에 있던 아령을 집어 든 뒤 B 씨를 폭행한 것으 조사됐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은 인정했으나 며느리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에 사용된 도구와 피해자 부상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 씨에게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령에 맞은 뒤 깨어나 도망가려는 상황에서도 범행을 계속했다”며 “이러한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 없이 우발적으로 상해를 가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니므로 비록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살인 범죄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현재까지도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