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하윤수 교육감의 당선무효형 확정으로 위기를 맞이했다. 부산 교육 수장이 재임 기간 중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아 직을 상실한 것은 2007년 민선 1기 교육감 취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시교육청은 내년 4월 2일로 예정된 재선거 때까지 부교육감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시교육청 내부와 부산 교육계에서는 아침 체인지와 특성화고 체제 전환, 늘봄학교 등 하 교육감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 교육감 “안타깝고 죄송하다”
하 교육감은 2022년 7월 1일 민선 8기 부산시교육감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제기된 사법 리스크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하 교육감은 취임 5개월이 2022년 11월 검찰이 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서 넘기면서 사법 리스크에 휩싸였다. 하 교육감은 2023년 9월 열린 1심 선고에 이어 올해 5월 항소심에서도 벌금 700만 원을 선고 받으며 위기감이 커졌다. 결국 취임 2년 5개월여 만인 12일 오전 대법원의 상고심에서 원심이 확정되며 직을 내려놓게 됐다.
하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SNS 계정에 “주어진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정말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하 교육감은 “교육 현장의 작은 목소리 하나 하나에 귀 귀울이며,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결실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게 돼 매우 유감”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 교육감은 대법원 판결로 202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선거 보전 비용 13억 5000여만 원도 반납해야 한다. 하 교육감은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며, 공공기관이나 공직 등에 취임·임용될 수 없게 됐다.
■아침 체인지·늘봄학교 등 성과도
하 교육감은 취임 직후 ‘공교육 바로세우기’를 선언하고 부산 학생들의 학력 신장과 인성 교육, 미래 교육을 주요 교육 목표로 삼았다. 부산학력개발원을 개원하고,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와 부산학력향상지원시스템(BASS)을 도입했다. 일부 학부모 단체와 교원 단체 반발이 있었지만 하 교육감의 의지가 강했다.
‘아침 체인지’와 ‘늘봄학교’는 하 교육감의 성과로 꼽힌다. 하 교육감은 부산 초중고에서 등교시간에 아침 운동을 실시하는 ‘아침 체인지’를 보급해 학생들의 건강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침 체인지는 전국 주요 시도 교육청이 벤치마킹을 할 만큼 관심이 컸다.
하 교육감이 주도한 늘봄학교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 교육감은 지난 3월 전국 시도 교육청 중 가장 먼저 부산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전면 시행해 호평을 받았다. 늘봄학교에 이어 ‘제2의 학교’인 늘봄전용학교도 개교하며 늘봄학교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 교육감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하 교육감은 지난 2월 간부회의 도중 인신공격성 욕설을 해 시교육청 공무원노조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하 교육감은 당선인 시절 국민의힘이 주최한 지방선거 당선인 행사에 참석해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성화고 전환 등 주요 사업 ‘난항’
하 교육감이 임기를 1년 6개월여 앞두고 중도 퇴진하면서 시교육청 주요 사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특성화고 체제 전환과 늘봄전용학교 추가 설치, 특수학교 재배치 등 하 교육감의 역점 사업이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하 교육감은 지난 7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특성화고를 부산 미래 주요 사업과 연계해 마이스터고 등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수학교 재학생 통학 불편 해소를 위해 특수학교를 추가 신설하고, 특수학교 내 시설 보완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교육청은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최윤홍 부교육감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최 권한대행은 13일 간부회의를 열어 향후 운영 방안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는 내년 4월 2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따라 차기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