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이 일주일 새 연달아 부산·울산·경남(PK)을 찾는다. 내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져 판세를 가를 지역인 부울경 공략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여론은 여전히 이들에게 냉담한 분위기다.
26일 야권에 따르면, 비명(비이재명)계 잠룡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27일 민주당 경남도당 사무실에서 당원들을 만나 귀국, 복당 인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오후에는 부산일보사 대강당에서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부울경 메가시티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김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초광역 지방정부 시대의 본격화와 가덕신공항, 남부내륙고속철도, 진해신항 등 PK에서 추진되고 있는 주요 사업들의 중요성과 강력한 지방 분권을 위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김 전 지사가 재임 시절 역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가 펼쳐지고 있는 야권 대선 레이스에서 정책을 통한 차별화와 동시에 자신을 상징하는 정책으로 존재감을 부각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연일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또 다른 야권 대선주자 김두관 전 의원은 다음 달 4일 노무현재단부산지역위원회에서 ‘김두관의 헌법 개정 제안서’ 북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김 전 의원은 헌법 개정의 핵심 내용을 설명하는 것 외에도 현 시국에 대한 언급도 있을 전망이다.
김 전 의원은 분권 개헌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싱크 탱크 ‘넥스트코리아 포럼’ 이사장을 맡은 그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포럼 출범식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과 막강한 중앙 정부의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곧 있을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개헌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종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대표는 다음 달 6일 부산을 방문한다. 그는 이날 부산신항을 찾아 북극항로 개척과 관련해 지원 의지를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동남권 발전의 새로운 구상으로 ‘북극항로 개척’ 구상을 드러낸 이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최고위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부산시의 ‘부산 북극항로 개척 전담 조직(TF)’ 첫 회의 개최 소식을 언급,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부산시당은 26일 변성완 강서지역위원장을 위원장으로하는 북극항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부울경을 연이어 방문하며 공을 들이는 모양새지만 지역 민심은 민주당에 차가운 모습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PK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48.9%를 기록했으며 민주당은 36.2%에 그쳤다. 특히 같은 조사에서 부울경에서는 ‘정권 연장론’과 ‘정권 교체론’이 각각 47.4%, 46.8%,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공정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는 공정 47.2%, 불공정 47.1% 등을 기록한 것을 보면 민주당에 대한 비토 기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발목 잡기, 이 대표의 서울대 전원 등으로 크게 실망한 기류가 여전히 있다”며 “대선 승부의 키는 수도권이라고 하지만 과거 부울경의 마음을 얻은 야권 주자가 대권을 잡은 만큼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