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가 출발 지연이 결정되고 10분 뒤 시작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시 기장이 1분 만에 탈출 지시를 내리며 신속한 대피가 이뤄져 대형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는 이 같은 사고개요 등을 포함한 A4용지 6장 분량의 예비보고서를 27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사고 이후 항철위가 공식 발표한 첫 정식 조사보고서로, 사고 개요가 담겨 있다. 화재 원인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부산에서 홍콩으로 운항할 예정이던 에어부산 BX391편은 9시 55분 출발할 계획이었다.
항공기가 문을 닫고 램프에서 출발을 대기하던 중, 오후 10시 4분 관제사가 기장에게 ‘항로상 간격 분리(안전거리 확보)’를 지시하며 출발 시간이 오후 10시 33분으로 지연됐다. 곧바로 기장은 지상 요원에게 오후 10시 30분에 푸시백(견인차를 이용해 탑승 게이트에서 항공기를 뒤로 움직이는 작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승객들에게 출발 지연 소식을 알렸다.
화재는 항공기 출발 지연 결정이 내려진 10분 뒤인 오후 10시 14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종실에는 ‘LAV Smoke(객실 내 연기)’ 경고가 떴고, 곧이어 객실 승무원이 객실 화재 상황을 기장에게 보고했다.
기장은 화재 감지 1분 뒤인 10시 15분께 곧장 객실 사무장과 승객들에게 비상 탈출을 지시했다. 이후 화재로 승객들이 대피하는 상황을 관계기관에 보고한 뒤, 모든 승객이 탈출했는지 확인한 후 마지막으로 항공기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같은 사고 개요는 에어부산 측 진술과 초기 조사 내용에 근거해 작성됐다.
화재 진압은 오후 10시 20분께 본격적으로 시작돼 오후 11시 31분에 완료됐다. 보고서에는 총 3장의 항공기 사진이 담겨 있으며,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좌석 위 수하물 선반(오버헤드빈)이 불에 녹아 형체를 알 수 없는 내부 사진도 공개됐다.
항철위는 화재 감식, 비행자료기록장치(FDR),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자료 분석, 항공교통관제 데이터, 항공기 부품 검사, 탑승객 인터뷰, 지상승무원 증언 등을 종합해 사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사고 원인이 담기는 최종 보고서가 나오려면 1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