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단위’ 뛰는 강남, ‘억 소리’ 나게 떨어지는 해운대

입력 : 2025-02-27 18:49:33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서 해제
강남 3구 아파트 가격 고공행진
해운대 고급 아파트 수억 내려
서울-부산 부동산 양극화 심화
지방 취득세 완화 등 대책 필요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의 도심 모습.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의 도심 모습.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종회 기자 jjh@

규제 완화로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값이 널뛰면서 서울 전체로 상승세가 퍼져 나가지만, 부산은 상급지마저 잇달아 최고가 대비 수억 원대 하락 거래가 발생하며 값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지방 미분양 해소 정책 역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전망이어서 서울과 지방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27일 〈부산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이달 발생한 부산 지역 주요 하락 거래를 살펴보면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74평 매물이 23억 8000만 원에 거래돼 최고가 대비 10억 4000만 원(-30%)이나 빠졌다.

저층 거래이기는 하나 해운대 더샵센텀파크 1차 59평은 9억 원(-37%)이 하락했고, 해운대 롯데캐슬 스타 35평은 7억 원(-42%)이 빠졌다. 해운대와 함께 상급지로 손꼽히는 수영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역시 저층 거래이지만 광안자이 34평의 거래가는 6억 9000만 원(-47%)이 하락해 최고가 대비 거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구청장의 허가 없이 주택·상가·토지를 거래할 수 있다. 실거주 등 허가받은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해야 할 의무도 사라진다.

실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99㎡는 지난달 중순만 해도 실거래가가 26억 원대였으나 이달 초 28억 3000만 원의 사상 최고가로 팔렸다. 그러다 지난 12일 허가구역 해제 후에는 거래가가 31억 원을 찍으며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강남 3구(서초·송파·강남)의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은 24억 5139만 원으로 해제 전인 1~11일(22억 6969만 원)보다 8% 올랐다. 며칠 만에 호가를 수억 원씩 올린 매물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에 아파트를 내놨던 집주인들은 일단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잠실동에서 ‘엘리트’라 불리는 잠실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아파트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디커플링 심화가 부의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에는 수도권 부동산이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지방 아파트값도 뛰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이 같은 경향도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2월 넷째 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1% 상승한 반면 부산은 4주 연속 -0.06%를 기록했다. 특히 송파구(0.58%)와 강남구(0.38%)가 규제 완화의 수혜를 입고 상승을 주도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취득세나 양도세 완화 등 수요 진작을 유동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지방 부동산 구입 시 취득세 중과 배제와 같은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방에 4조 원 규모의 철도 지하화 사업을 우선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정도라 부동산 시장에 효과를 주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