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이 자진 사퇴하면서 검찰이 지휘부 공백 사태를 맞았다.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여파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한 후에도 법무부 외압 의혹을 둘러싼 공방은 지속되고 있다. 노 대행은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아도 외압이 있었던 정황을 간접적으로 내비쳤고, 법무부는 검찰에 개인 의견을 전달했을 뿐 지시나 명령을 한 적 없다며 재차 선을 긋고 있다. 상반된 주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진실은 결국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규명될 전망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사의를 표명한 노 대행은 이날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지 않은 데다 추가로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지난 12일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하겠다”고 말한 이후 여전히 항소 포기 과정을 명확히 설명하진 않은 상태다.
다만 노 대행은 사실상 검찰에 정권 입김이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 정권이 기소해 놓았던 게 전부 다 현 정권 문제가 돼 버리니까, 현재 검찰이 저쪽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수시로 많이 부대껴 왔다”며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쪽’은 현 정권, ‘지우려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 사건을 각각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검 차장검사에 임명돼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총장 대행’으로 재직하는 동안, 정권과 검찰 간 이견 탓에 느꼈던 심적 부담감을 토로한 셈이다.
노 대행은 대장동 사건 항소 마감일이었던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설득에도 항소를 불허해 검찰 내외부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통화한 뒤 대검이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에 항소 불허를 통보해 법무부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노 대행은 대검 과장들과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이 차관이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모두 항소를 포기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보완수사권을 검찰에 보장하는 대신 검찰 수뇌부가 항소 포기를 결정하게 만든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모양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3일 검찰이 자체적으로 내린 판단이라며 국정조사나 특검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국조나 특검은) 국회 결정 사안”이라며 “어떤 결단이 있든지 다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검찰이 장관 지휘를 따르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가진 권한과 책임에서 판단하길 바랐다”며 “신중히 알아서 판단하라 해서 그렇게 알아서 했다면 사실 이게 문제가 되는 사건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 장관은 검찰에 “신중히 판단해 달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한 바 있다.
검찰은 노 대행 사의 표명으로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총장 대행은 당분간 대검 부장 중 선임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이 이어받을 전망이다. 노 대행 사표가 수리되면 2009년 이후 16년 만에 검찰총장, 대검 차장, 서울중앙지검장이 모두 공석이 된다.
정부는 이후 공석인 검찰총장 대신 대검 차장검사부터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현 서울고검장, 이종혁 부산고검장, 송강 광주고검장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경찰은 시민단체인 서민생대책위원회 고발로 대장동 사건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 13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 서울경찰청에서 서민위가 고발한 사건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서민위는 지난 9일 서울경찰청에 직권남용,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을 고발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