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가 범행 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블 타이가 현직 경찰 경감인 장윤기의 아버지의 자택에서 발견됐다.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 의혹과 함께 장윤기 부친의 증거 인멸 의혹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지난 7일 장윤기의 부친인 장 경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케이블 타이 뭉치 실물을 확보했다. 검찰은 해당 케이블 타이가 경찰 수사팀이 지난 5월 5일 장윤기 차량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은 케이블 타이와 동일한 것으로 특정했다.
검찰이 확보한 케이블 타이는 전선 정리 등의 목적으로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크기가 아니라 공업용으로 주로 쓰이는 50cm가 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장윤기는 경찰 조사에서 케이블 타이에 대해 “집에서 전선을 묶는 용도”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케이블 타이의 길이를 고려할 때 범행 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와 별개로 자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지방법원은 8일 광주광산서 수사팀장 A 경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했다. A 경감은 장윤기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난 5월 5일 장윤기가 범행 전후로 사용한 SUV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케이블 타이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6일 A 경감을 긴급체포해 다음 날인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채증 영상에는 A 경감이 여러 명의 수사팀원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SUV 조수석 수납공간에 있던 케이블 타이 한 묶음을 발견하고도 실물 확보 없이 방치한 정황이 담겼다.
한편 법조계에선 부친인 장 경감의 증거인멸 행위가 친족 특례 조항에 가로막혀 처벌이 어려운 구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경감은 아들의 범행과 관련된 핵심 물증으로 지목된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형법 제155조 제4항의 친족 특례가 적용되면서 증거 인멸 혐의로 수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친족 특례는 아버지·어머니 등 친족이 범죄자인 가족 구성원을 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범인을 도피시킨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장 경감이 직접 증거를 인멸한 것이 아니라 친족 아닌 수사팀장에게 인멸을 부탁한 구조가 확인된다면 교사범 적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아버지가 친족 아닌 수사팀장에게 인멸을 부탁한 구조가 확인되면 교사죄 성립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