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 2024-11-28 17:59:37
프로농구 부산 KCC가 완전체로 돌아왔다. 부상 중이던 국가대표 출신 최준용과 송교창이 복귀하면서 지난 시즌 우승 팀의 면모를 갖췄다.
KCC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초반부터 악재에 시달렸다. 시즌 2라운드가 시작되는 27일 경기 전까지 송교창은 손가락 부상으로 올 시즌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최준용도 발바닥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제외됐다.
국대급인 2m의 장신 포워드들의 공백은 매우 컸다. 득점(평균 득점 75.2·8위)과 리바운드(26.1·꼴찌) 등 KCC의 상당수 공격 지표가 하위권이었다. 엎친데 덮인 격으로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MVP 허웅도 무릎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않았다. 주전들이 거의 빠진 상태였다. 1라운드를 4승 5패(6위)로 마친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을 정도였다.
그런 KCC가 최준용, 송교창 등의 복귀로 완전체가 되면서 강팀으로서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KCC는 27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현대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84-81로 승리했다. KCC는 5승 5패로 승률 5할에 올라서며 고양 소노와 공동 5위가 됐다.
이날 관심은 부상에서 돌아온 최준용과 송교창이었다. 최준용은 경복고, 연세대를 졸업한 뒤 201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서울 SK에 지명됐다.
2m의 좋은 신장과 탁월한 운동능력에다 무엇보다 농구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특히 장신임에도 스피드까지 갖추고 있어 모든 분야 경기력이 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최준용은 이날 23분 51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5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복귀전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수비와 짜임새 면에서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왕성하게 코트를 누비며 경기 흐름을 가져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2m의 큰 신장으로 버틴 골밑은 든든했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팬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복귀전에서 23분 이상을 소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최준용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땀이 좀 날 만하면 나오더라. 그래서 약간 불만이다”라고 농담섞인 말을 던지며 “경기 전에 20~25분 정도 뛸 수 있다고 감독님과의 미팅에서 말씀드렸다. 30분 이상 뛰고 싶었지만 부상 우려 때문에 참았다”고 말했다.
송교창은 이날 복귀전에서 17분 40초 동안 뛰며 ‘국대급 포위드’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송교창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KCC에 지명됐다. 당시 ‘농구 명문’인 삼일상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프로로 직행하면서 KBL드래프트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년 성장한 송교창은 리그 정상급 포워드로 자리매김하더니 2020-2021시즌에는 정규시즌 MVP에 오르기까지 했다.
송교창은 2m의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가드의 스피드로 경기할 정도로 민첩하다. 이렇다보니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와 큰 신장을 활용한 골밑 공격 등이 모두 가능한 무서운 공격자원이다. 수비 또한 수준급이다. 송교창의 사이드스텝은 리그 정상급이란 평가를 받으며 상대 가드까지 압박할 정도다. 송교창은 이날 4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에 그쳤지만, 특유의 스피드가 살아나며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최준용과 송교창이 복귀하면서 이를 반기는 또 다른 동료선수가 있다. 바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외국인 선수인 디욘테 버튼이다. 버튼은 개막전부터 팀의 공격을 도맡으면서 상대팀의 외국인 선수 수비와 리바운드까지 도맡는 등 고군분투했다. 1라운드 후반에는 컨디션 난조로 팀 전력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높이와 속도, 슈팅, 패스 능력까지 고루 갖춘 최준용, 송교창이 코트에 들어오면서 버튼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공격에서도 여유가 생겼다. 실제 버튼은 27일 모비스전에서 골밑이 아닌 포인트가드 역할을 하며 13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파격적인 포지션 변화로 팀의 공격 루트가 다양해진 것이다.
무릎 부상에서 돌아온 허웅도 팀으로서는 천군만마였다. 허웅의 존재는 27일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허웅은 이날 종료 1분 22초를 남기고 81-81 동점 상황에서 회심의 3점포를 넣으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허웅은 이날 16득점 2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라운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KCC 전창진 감독은 우선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 감독은 경기 이후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 지금은 경기를 통해 체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결과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다”고 밝혔다.
완전체에 대해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전 감독은 “선수들이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오늘 경기처럼 손발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복귀한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고 컨디션이 좋아지면 지금보다 나은 전력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라운드를 시작한 KCC는 앞으로 ‘지옥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KCC는 12월 말까지 정규리그 14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 와중에 12월 4일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류큐 골든 킹스를 상대로 일본 오키나와 원정 경기를 소화해야 하고, 18일에는 홈에서 메랄코 볼츠(필리핀)와 격돌한다. 거의 2~3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러야하는 일정이다. KCC는 29일 오후 7시 안양에서 안양 정관장과 원정 경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