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4-12-01 16:09:41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특검법 찬반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한 대표가 특검법을 고리로 국면 전환에 나서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윤(친윤석열)계의 당원게시판 의혹 공세에 대한 한 대표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이 불거진 이후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지난 10월 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을 당시 반대 입장을 굳힌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한 대표는 가까운 주변 인사들에게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될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재표결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는 만큼 한 대표가 당분간 모호한 입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의 일방적인 당원게시판 의혹 제기에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법을 이용해 친윤계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한 대표는 당원게시판 논란에 “당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검찰이 김 여사 이름이 오르내린 명태균 씨 공천개입 의혹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는 만큼, 향후 여론을 살펴보고 특검법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는 뜻이라는 게 친한계의 설명이다.
앞서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이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한 대표가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욱이 특검법이 실제로 재의결될 가능성은 더욱 작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친윤계는 한 대표가 보이는 특검법 ‘이상기류’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당정이 하나 되어 반대했던 김 여사 특검법을 국면 전환 카드로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한 대표가 특검법 저지 단일대오에 이상 신호를 노출하는 것은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지지층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당내 기류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 국회의원 중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법을 하나의 카드로 고려 중인 것 아니냐’는 질문엔 “(한 대표는) 집권 여당의 당대표”라며 “엄중한 상황을 카드로 이야기한다고 생각도 안 하고 꿈에서라도 생각했을 거라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추 원내대표는 잇단 내홍에 당내 의원들에게 “언행에 신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28일 의원총회에서 “당분간 공개 발언이나 논쟁을 자제하고, 냉각기를 갖자”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 특검법 이탈표 우려에 대해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의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전혀 우려하는 분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한 대표가 당원게시판에 김 여사를 겨냥해 극단적 표현을 담은 글을 썼다고 주장한 유튜버 이 모 씨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률자문위는 “이 씨가 ‘당원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은 한동훈 본인이 맞다’”면서 한 대표가 ‘개목줄’ 등의 표현을 사용해 글을 썼다고 했으나 이는 허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위는 또 “이 씨가 ‘당 대표가 가족들 아이디까지 동원해서 매일 댓글 공작을 하고 있었다’, ‘한동훈 댓글팀이 작성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며 이 또한 거짓 주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