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2024-12-01 18:22:22
정치 양극화 문제는 부산뿐 아니라 대한민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올해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흉기에 피습되면서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당시 주요 외신은 비교적 안전한 한국 사회에서 정치 분열이 이 같은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 폭력은 우리의 일상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특정 정치인의 개인 전화번호를 인터넷상에 올려 집단으로 문자 폭탄을 쏟아붓는 이른바 ‘좌표 찍기’가 대표적이다. 한 국회의원은 “이전에는 정치인 개인을 향한 겁박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하는 상황이다”며 “아내 혹은 자식들이 이 문자를 볼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상대 진영을 향한 혐오는 이제는 자신과 이념이 다른 모든 이들이 그 표적이 되고 있다.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해당 기자나 정치인을 ‘조리돌림’하는 정치인들은 다반사다. 또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정치 성향이 다른 상대를 향한 폭력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정치 현안과 관련된 집회 중 일반인들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영상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으며 시위 참석자들과 지나가는 시민이 고성과 욕설을 주고 받는 것도 흔하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중 10명 중 9명이 넘는 사람이 진보와 보수 사이의 정치적 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를 실시해 지난 8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3%가 진보-보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58.2%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을 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된 데에는 역설적이게도 피해자가 된 정치인들 때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 컨설팅 업체 폴리컴 박동원 대표는 정치인들이 편의를 위해 여론 몰이에 나서는 이른바 ‘대중 동원 정치’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과거 YS(김영삼), DJ(김대중) 때도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웠다”면서도 “그럼에도 끝까지 정치의 기본 원칙인 타협을 포기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586 운동권 세대가 정계로 유입되면서 권력을 목표로 삼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며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일반인을 정치에 동원하며 ‘신념 과잉’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치의 원칙이자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을 복원하려고 정치인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권자인 시민들 스스로도 자정 노력에 나설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나만 옳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상대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다양성, 다원성, 다층성을 인정하는 시민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대해 개인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인 조사 대상자 중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된 46개국 가운데 1위였다. 또 응답자의 40%는 인터넷(유튜브 등 동영상 채널 포함)에서 접한 뉴스 가운데 정치와 관련해 허위 정보를 접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국민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를 여과 없이 유통하는 정치 유튜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플랫폼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기존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