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 2025-07-20 17:00:50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장편 영화감독 데뷔작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영원한 영화 청년’으로 불리는 김 전 위원장이 메가폰을 잡은 장편 영화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가 제작을 끝내고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장편 데뷔작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는 코로나 사태 이후 위기에 봉착한 한국 영화산업의 실태를 진단하는 내용으로, 직접 지방의 작은 영화관들을 찾아다니며 고충을 듣는 인터뷰 형식의 105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대기업 계열의 멀티플렉스 상영관마저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합병을 통한 자구책을 모색하는 시기, 영화산업의 뿌리인 소극장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위기 탈출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도로 연출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 촬영까지 감행했다.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가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캐스팅 능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영화에는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올해 30주년 축제를 앞둔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출범하고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올린 그답게 해외 인맥도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과 배우 등 그를 통해 한국 영화와 네트워크를 형성한 해외 거장들이 경험한 영화관 이야기와 조언까지 이번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을 포함해 ‘칸의 남자’로 불리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까지 김동호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 전 위원장은 “영화 제작 기간 2년 동안 100명이 넘는 영화인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간 김 전 위원장의 장편 제작 소식을 직간접으로 들어온 영화인들은 작품이 완성됐다는 소식에 반가움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의 전성기부터 현재의 위기 상황까지 오랫동안 지켜본 노년의 관찰자가 믿을 만한 영화인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다니는 과정 자체로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영화인은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온전히 담겼을 것”이라며 빨리 만나보고 싶다고 전했다.
1937년 8월생으로 다음 달이면 만 88세가 되는 김 전 위원장은 1988년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 사장으로 취임하며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1996년 BIFF 초대 집행위원장을 맡아 2010년까지 15년간 영화제를 이끌며 부산이 아시아 영화 중심으로 성장하는 데 헌신했다.
그는 15년 전인 2010년 퇴임 인터뷰에서 영화 연출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영화인들 인터뷰를 엮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사람들과의 관계가 밑천”이라고 말해 이번 영화의 탄생을 미리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2013년 영화제 심사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주리’로 영화감독 타이틀을 달았다. ‘주리’는 러닝타임 24분짜리 단편 극영화로, 그가 밝힌 다큐멘터리나 장편 영화는 아니었다. ‘주리’ 개봉 당시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내년이나 내후년 장편 하나 만들 생각이다. (앞으로 저를)전 집행위원장이자 현 감독으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라며 장편 영화 연출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히기도 했다.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는 장편 영화감독 데뷔라는 그의 오랜 구상이 15년 만에 열매를 맺는 작품이다. 그가 BIFF를 이끄는 동안 교류한 수많은 해외 영화계 인사들이 그를 ‘미스터 김’으로 불렀고, 이는 이번 영화 제목에 그대로 활용됐다. ‘미스터 김’이 내린 결론은 ‘좋은 영화’라고 한다. 김동호 감독은 “결론은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관객이 찾는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드는 게 극장도 살고 영화계도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현역 최고령 감독인 김동호 전 위원장의 첫 장편 영화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는 올가을께 극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