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5-07-20 09:00:00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다. 누구나 에어컨 앞에서 쾌적하게 보낼 수 있는 환경을 가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짜증만 내며 이 계절을 보낼 수는 없다. 어린이, 청소년에게 여름 방학은 겨울 방학 혹은 기타 공휴일과는 다른 추억이 생긴다. 여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어린이 동화, 그림책을 골랐다.
먼저 프랑스의 유명한 어린이·청소년책 작가가 쓴 <모모의 여름 방학>이 눈길을 끈다. ‘크로노 상’ ‘피티비에 상’ ‘발렝시엔 상’ ‘트리올로 상’ 등 프랑스 어린이 문학상 4관왕에 빛나는 동화이다. 이미 출판 전문가들로부터 이 책의 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한 출판사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어린 왕자>를 이을 성장 이야기라는 표현으로 이 책의 가치를 언급했다.
줄거리를 잠깐 소개하자면, 모모는 작은 이주민 노동자용 공동주택에 가족, 아빠 친구까지 10명이 바글바글 모여 산다. 수레국화마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곳이지만, 정작 수레국화는 전혀 볼 수 없는 가난한 동네일 뿐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모모는 답답한 집을 벗어나 언덕 벤치에 누워 상상하는 걸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모모의 학교 교장 선생님이 찾아온다. 교장 선생님은 똑똑했던 모모의 누나가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그만둔 것이 안타까웠다며 모모는 재능이 많은 아이기에 꼭 중학교에 갈 것을 부모에게 부탁한다. 중학교 가기 전 보면 좋은 책 목록을 전해준 후 교장 선생님은 떠나고, 모모는 선생님 덕분에 인생 처음으로 시내에 있는 도서관을 가 본다.
모모는 책을 빌린 후 자신이 자주 시간을 보내던 언덕에 가서 읽는다. 책을 읽는 중 은퇴한 교사인 에두아르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며, 할아버지와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지낸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언덕으로 오는 날이 줄어들고, 할아버지를 찾던 모모는 요양병원에 치매 증상으로 입원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 병원으로 찾아가 산책도 같이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정신이 맑은 날이 점점 줄어들고 할아버지는 결국 세상을 떠난다. 시간이 지난 후 할아버지의 딸이 모모를 찾아와 죽기 전 잠깐 정신이 돌아왔는데 모모가 마지막 기쁨이었다며 모모에게 자신이 가장 아끼던 책 2상자를 남겼다고 했다.
가난한 이민자 소년 모모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을 통해 책을 읽는 기쁨을 알게 되고, 문학과 인생의 기쁨을 이야기해 주는 에두아르 할아버지를 만나며 올곧게 성장한다. 자신을 별거 아닌 존재로 생각했던 아이가 자신을 귀하게 여겨주고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는 어른을 만나며 처음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해 여름은 아마도 모모의 인생에 특별한 시간으로 남을 것 같다. 야엘 아쌍 지음·박재연 옮김/불광출판사/128쪽/1만 4000원.
<여름을 부탁해>는 유치원생과 저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이다.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일본에서도 사랑받는 토마쓰리 작가는 이 책에서 33마리의 고양이와 바다표범 할머니, 여름이라는 계절의 특성을 사랑스럽게 전달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33마리의 고양이들이 바다표범 할머니 집을 놀러 온다. 할머니는 밤새 음식을 준비했고, 고양이들이 맛있게 먹는 동안 피곤을 이기지 못해 잠든다. 고양이들은 할머니의 오두막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시작한다. 33마리의 고양이들이 작은 집에서 부대끼다 보니, 금방 온몸이 끈적해지고 더워진다.
“여름은 더워서 싫어”라고 투덜대는 고양이들이 늘어나고 그중 몇몇 고양이는 여름은 그렇게 싫지 않다며 여름의 진짜 모습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데굴 데굴 왕수박, 으스스 유령, 쌩쌩 선풍기 등 각자가 생각하는 여름을 데려오고 소동 끝에 할머니가 깬다. 할머니가 진짜 여름을 느끼게 해 주겠다며, 33마리의 고양이를 배에 태우고 바다로 나선다. 33마리 고양이들이 바다에서 신나게 여름을 즐기는 모습으로 책이 끝난다.
작가는 첫 페이지에 33마리 고양이의 이름과 다른 생김새를 소개한다. 귀엽고 감성적인 고양이 모습에 절로 미소가 나온다. 고양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기 위해 밤새 애쓰는 바다표범 할머니의 모습이 참 따뜻하다. 아름다운 그림, 예쁜 이야기에 더해 숨은그림찾기와 숫자세기 놀이도 책 곳곳에 들어가 있다. 토마쓰리 글·그림/길벗어린이/48쪽/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