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갈까? 앱 켠다… 연말엔 20만 달러? 다시 비트코인 열풍 [비즈&피플]

가상화폐시장 투자자 다시 증가세
각국 정부·기업들도 잇따라 매입
미국 ‘지니어스 법안’ 통과도 호재
글로벌 플랫폼들 ‘연내 강세’ 전망
고변동성 여전 ‘리스크 관리’ 필수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2025-07-20 08:00:00

가상화폐 투자로 큰 손실을 본 뒤 시장에서 발을 뺐던 직장인 김 모(42·부산 동래구) 씨. 그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치솟자 슬그머니 앱을 다시 켰다. “또 오르나” 싶은 마음에 소액으로 재진입했고, 메이저 코인 위주로 단타 전략을 쓰고 있다. 그는 “장이 좋더라도 크게 먹으려다 다 잃느니, 조금씩이라도 이익을 실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최근 비트코인의 최고가 경신에 자극받아 가상자산 시장에 다시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각국 정부와 주요 기업들의 비트코인 매입에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도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추세가 유지되면 비트코인이 올 연말 2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높은 변동성은 여전해 투자 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비트코인 최고가 경신 배경은

20일 오전 7시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개당 11만 77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14일 장중 12만 300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어 미 의회에서 가상화폐 3개 법안 처리까지 통과돼, 조정받았던 가격이 12만 달러선에 또 진입하기도 했으나 다시 빠지기 시작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글로벌 자금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투자사인 코인셰어즈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는 37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중 비트코인에만 27억 달러가 집중됐다. 블랙록은 자사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즈’에 24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가상자산 컨설팅 업체 원더프레임의 김동환 대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영향이 예상보다 작았던 점, 미국의 유동성 확대, 증시 상승세 등을 비트코인 최고가 경신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관세 수입이 증가하면서 미국 정부는 6월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물가에 큰 충격을 주지도 않았다”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과 S&P500이 6월 말 기준 모두 전고점을 넘어섰다. 기술주와 비트코인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상승, 오히려 늦었다?

퀀트 투자 전문가 강환국 작가는 “지금의 비트코인 상승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장기 보유자, 이른바 ‘고래’들이 막대한 수익을 실현하면서 보유 물량을 국가와 기관, 기업에 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작가는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정부, 기업, 기관 수요는 엄청나다”며 “이제는 고래들이 보유했던 물량이 대부분 시장에 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정보 제공 사이트 비트코인트레저리넷을 보면, 전 세계 상장사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86만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60만 개 이상을 보유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이 회사는 2023년 11월까지만 해도 25만여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해 연말부터 공격적으로 매입에 나섰다.

정부 보유량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약 19만 80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해 국가 중 가장 많았고, 중국(19만 개), 영국(6만 1245개), 우크라이나(4만 6351개)가 그 뒤를 이었다. 심지어 북한도 약 1만 3000개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업계에 대한 감독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지니어스 법’에 서명한 후 해당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업계에 대한 감독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지니어스 법’에 서명한 후 해당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어떤 관계?

코빗리서치센터 최윤영 센터장은 “기관투자자 유입과 정책 환경 변화 등이 비트코인 상승에 영향을 줬고, 동시에 ‘크립토 위크’에 대한 기대감도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핵심 3법을 다룬 미 하원의 크립토 위크에서 진통 끝에 이들 법안이 통과됐다.

주목받는 법안은 주 정부의 인가를 받은 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지니어스 법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 법안에 서명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이 본격화했다.

원화로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할 수 있는 국내 거래소와 달리,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 대부분은 테더(USDT)나 서클(USDC)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비트코인을 사고판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제도화되면, 발행이 늘면서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이 급증할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 시장에 직접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김동환 대표는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약 90%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매수에 사용되고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수록 같은 수량을 사기 위해 더 많은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올 연말 20만 달러 간다?

글로벌 금융기관과 리서치 플랫폼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연내 강세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ETF 자금 유입과 기업 수요 확대를 주요 원인으로 꼽으며 가격이 연말까지 최대 2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운용사인 반에크는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말까지 개당 18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중장기 우상향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최윤영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예측이 어려우나 중장기적 상승엔 긍정적이다”며 “그래서 단기 시세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흐름을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환 대표는 “현재는 관세, 금리, 정책 변수 등이 얽힌 예측 불가능한 구간”이라며 “특히 멕시코·유럽연합(EU)과의 관세 갈등, 미국 금리 인하 여부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환국 작가는 “국내 관심이 아직 낮아 김치프리미엄마저 마이너스인 상황”이라면서도 “대폭락 가능성에 대비해 12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만 보유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형중 특임교수는 “미국에서는 ETF 출시와 크립토 위크와 같은 이벤트로 가상자산이 점차 주류 자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면서도 “한국은 정부가 자산운용사의 법인 계좌를 통한 간접 투자 길을 틀어막아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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