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7-20 15:43:10
‘북극항로 개척’이 시기상조라고?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북극항로 활성화와 거점 조성’을 내건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극항로 신중론·시기상조론’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이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해수부는 현재 기술적으로는 북극항로 개척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기후온난화 등 영향으로 2030년 이후 열릴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북극항로 거점 육성과 더불어, 관련 산업 집적화 등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지난 18일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북극항로 개척은 북극 해빙면적 축소에 따른 북극항로 개방을 지금부터 준비하여 우리나라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국제관계 변화가 발생하면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에 곧바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국내외 인프라 확충과 함께 북극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외교적 협력을 통해 북극시대를 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이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국가와 세계 주요 선사들 또한 북극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며 “해수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전 부서가 참여하는 ‘북극항로 TF(단장 해수부 차관)’를 구성해 북극항로 개척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한 언론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의 질의에 대한 국회 입법조사처 회답서를 근거로 “북극항로 개발에 대비해 대규모 인프라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성 부족 등을 지적한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 언론은 ‘북극항로 활성화 고려사항’으로, 러시아 영해를 상당 부분 통과하는 북동항로를 개발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통행허가가 북극항로 이용의 선제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인해 북극항로 개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지에 따른 러시아와의 외교관계 악화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컨테이너선은 4~5군데의 기항지가 있어야 상업항으로서 가치가 있는 데, 현재 북극항로에는 항만 설비가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앞서 해양수산부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성명서를 내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북극항로 개척 정책이 변경되거나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극항로에 대한 경제성·상업성 등 지적사항이 타당한 면도 없지 않지만, 북극항로를 선점하기 위한 미중일러 등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북극항로 준비를 넘어, 선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극항로는 이르면 2027년, 늦어도 2050년에는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는 2030년 이후 북극항로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대러 제재 해제 등 국제관계가 변화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북극항로에 곧바로 진출하려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런 입장에 따라 범정부 북극항로위원회(가칭) 출범도 서두를 예정이다. 현재 범정부 차원의 북극항로위원회(가칭)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북극항로 개척 및 활성화 지원 특별법안’이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해수부는 북극항로 진출을 위한 전략적 준비 사항으로 △북극물류 거점화 △초격차 기술 확보 △금융지원 강화를 꼽고 있다.
한편,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의 항로를 예로 들면, 기존 수에즈 운하 경유 시 약 2만km였던 거리가 북극항로 이용 시 1만 3000km 수준으로 40% 가까이 줄어든다. 그만큼 물류비 절감 효과는 물론, 전체 운송 기간 단축으로 선박 회전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