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마가 할퀸 상처 낫기도 전에… 슬픔에 잠긴 산청

수마 휩쓴 산청군 피해 현장 가보니
시간당 100mm 넘는 극한 호우에
토사 쏟아지며 외부리 마을 짓이겨
3월 산불 이재민도 아직 귀가 못해
수해 이재민 10여 명 같이 생활해야
"100일만에 어떻게 또 이런 일이…”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2025-07-20 17:17:05


산사태가 발생한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마을 전경.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이어졌다. 김현우 기자 산사태가 발생한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마을 전경.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이어졌다. 김현우 기자

“하늘에 구멍이 난 것 같았어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이런 산사태는 처음 봅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마을의 모습은 참혹했다. 마을로 진입하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는 산에서 흘러내린 누런 토사와 나무 파편으로 가득했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집들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짓이겨졌다. 물폭탄과 함께 흘러내린 토사는 길가에 주차되어 있던 1t 화물차마저 쓸어가 버렸다.

외부리마을은 66가구 116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그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시간당 100mm가 넘는 ‘극한 호우’에 한순간에 무너졌다. 나흘 간 쏟아진 비는 지리산에서 토사를 몰고 왔다. 마을 곳곳이 토사로 가득했고, 일부는 산사태에 매몰됐다. 이번 호우로 외부리마을에서만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주택을 찾아가 보니 집터였다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인근에 살고 있던 주민 김삼수 씨는 “1981년에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났다. 그 이후로 마을을 덮친 산사태는 처음이다. 마을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다. 전쟁터보다 더 처참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인근 내리마을에서도 발생했다. 산사태가 덮치면서 주택을 덮쳐 가족 4명이 매몰됐다. 다행히 2명은 구조됐지만 2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산사태가 발생한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마을 전경.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이어졌다. 김현우 기자 산사태가 발생한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마을 전경.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이어졌다. 김현우 기자


안전지대로 황급히 대피하던 산청읍 주민 중에는 아찔한 순간을 맞이한 이도 있었다. 대피 도중 토사가 도로로 쏟아져 차와 함께 하천으로 떠내려갈 뻔 했다는 것이다. 위기의 순간을 맞았던 이 주민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천천히 운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산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려왔다. 토사 10m 앞에서 차를 겨우 세웠는데 조금만 속도가 빨랐으면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

겨우 대피한 주민들은 복구 걱정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비와 토사가 집 안까지 밀려 들어와 난장판이 됐다. 논밭은 물론 축사도 진흙으로 도배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다. 여기에 며칠간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져 안전사고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산청읍 주민은 “긴급대피령이 떨어졌을 때 이미 도로에 토사가 쓸려 내려오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바로 대피했다. 마을 피해가 너무 큰데 하루빨리 복구되길 바라고 있다. 다른 마을에는 실종자도 있다고 들었는데, 꼭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마을 전경.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이어졌다. 김현우 기자 산사태가 발생한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마을 전경.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이어졌다. 김현우 기자

피해가 속출하면서 산청군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불과 100일 전 역대 최악의 산불에 덴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산청군이다. 당시 4명이 숨지고 1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 또한 92동의 주택·시설 피해가 났고 2400ha가 넘는 산림이 불에 탔다. 당시 불에 탔던 집과 시설물 복구조차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수마가 산청군을 덮쳤고, 추가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3월에 발생한 산불로 아직도 산청군 이재민 23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시천면 선비문화연구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호우·산사태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 10여 명도 당분간 선비문화연구원에서 생활할 전망이다.

산불 피해로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 신원식 씨는 “너무 안타깝다. 아직 산불의 아픔도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100일 만에 또 이런 자연재해가 올지 몰랐다. 모든 군민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루 빨리 복구돼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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