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하단선 시공사 안일한 방류, 싱크홀 또 부추기나?

공사장 흙탕물 무단 방류 논란

지난 4월까지 싱크홀 14차례
높은 하천 수위 주요 원인 지적
시공사, 인근 감전2중천으로
침수조 안 거치고 빗물 등 배출
지자체 준설 공사와 ‘엇박자’
“상습 침수지 배수 체계 검토를”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2025-07-22 18:38:42

지난 16일 부산 사상구 감전2중천에 있는 침수조(노란색)와 도시철도 공사장에서 나온 파이프(파란색). 침수조에서 나오는 우측 파이프와 달리 좌측 파이프는 공사장에서 바로 하천으로 연결된 모습이다. 김준현 기자 지난 16일 부산 사상구 감전2중천에 있는 침수조(노란색)와 도시철도 공사장에서 나온 파이프(파란색). 침수조에서 나오는 우측 파이프와 달리 좌측 파이프는 공사장에서 바로 하천으로 연결된 모습이다. 김준현 기자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시공사가 공사장 내부 흙탕물을 인근 하천에 무분별하게 방류해 논란이 인다. 지난해부터 지난 4월까지 사상~하단선 인근 14차례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 높은 하천 수위가 꼽혀 지자체가 하천 바닥 준설에 나섰는데, 시공사의 안일한 방류로 싱크홀 발생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사상~하단선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는 공사장에서 인근 감전2중천으로 파이프를 꽂아 지하수와 빗물을 배출하고 있다. 공사장에 고이는 물을 빼내기 위한 조치인데, 지하수와 빗물 속 흙 등 이물질을 정화하는 침수조를 거치지 않고 방류가 이뤄지고 있다.

하천의 흐름을 원활하게 위해서는 공사장에 고인 물을 하천으로 배출하기 직전 침수조를 거쳐야 한다. 감전2중천 인근에 최대 2만 6000L(리터)를 수용할 수 있는 침수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침수조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는 비가 오면 별도 파이프로 곧바로 하천에 지하수가 배출되고 있다.

지하수가 침수조를 거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하천에 퇴적된 침전물들이 수위를 높여 궁극적으로 싱크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사상~하단선에서 발생한 싱크홀에 대해 당시 부산시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당일 내린 379mm 폭우로 인접한 하천에 물이 넘쳐 해당 구간으로 지하수가 대량 유입된 것이 사고의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하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측구(도로 양옆 배수로) 지하수가 하천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그대로 범람해 도시철도 공사장 내부로 유입됐다는 해석이다. 이때 지하수와 함께 토사가 쓸려 가며 공사장 인근에 폭 4~5m, 깊이 5m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시와 사상구청은 싱크홀 방지책의 핵심으로 하천 수위를 낮추기 위해 지난달 시비 8억 원을 들여 감전2중천을 포함 일대 하천 1540m 구간을 준설했다. 그러나 준설 직후 현장에서 흙탕물 방류가 이뤄지며 준설 효과를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지난달 준설 직후와 비교해 하천 바닥에 토사가 상당히 쌓였다”며 “교통공사에 방류 지점 일대를 준설해 달라고 구두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관할 지자체의 우려에도 부산교통공사는 깨끗한 물에 한정해 침수조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하천에 배출하는 것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비가 올 때는 흙탕물이 아닌 빗물을 배출하는 것이기에 침수조를 거치지 않는 것”이라며 “지표면에서 흘러 하천으로 유입되는 거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지자체는 싱크홀 대책으로 하천을 준설하는 반면 시공사는 흙탕물을 방류하는 ‘엇박자’가 일대 추가 싱크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부산대 토목학과 임종철 명예교수는 “지난해 싱크홀과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자주 하천 바닥을 준설해야 하는데, 지금은 싱크홀을 부추기는 꼴”이라며 “사상구 일대가 상습 침수 지역이기에 펌프장을 설치해 낙동강으로 물을 배출할 체계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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