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11-29 15:00:00
클립아트코리아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금, 장노년을 활기차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신체와 뇌를 늦게까지 쓸 수 있는 생활 방식’이 장노년 건강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노년내과 교수는 저서 <저속노화 마인드셋>에서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실천은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꾸준함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지케이카이의과대학 아보 마사히로 재활의학 강좌 주임교수 역시 공저 <50부터 느리게 나이드는 습관>을 통해 “50세 이후의 건강은 생활 습관 변화에 얼마나 의식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오해와 통념 여전
천천히 늙길 갈망하는 분위기에서도 저속노화에 대한 오해와 통념은 여전히 존재한다. “워런 버핏도 콜라를 마시며 장수하는데”라는 주장처럼, 유전적 요인이나 운에 기대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정 교수는 워런 버핏의 식습관을 따라해 본 한 기자가 단 일주일 만에 몸무게가 1kg 이상 늘고 건강이 나빠진 사례를 언급하며 “유전적 행운은 조건부”임을 분명히 했다. 워런 버핏은 수십년간 규칙적인 수면과 생활리듬을 유지했다. 122세까지 살며 가장 오래 산 인물로 기네스에 등재된 프랑스의 잔 루이즈 칼망 역시 말년에 흡연을 했다고 하지만 매일 아침 운동하고 다양한 여가 생활을 즐기는 등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했다. 유전적 이점에 더해 나름의 균형과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굵고 긴 삶’이 가능했던 것이다. 정 교수는 “저속노화를 가늘고 길게 질질 끌면서 생을 늘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라며 “저속노화는 나이가 잘 드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아보 교수는 식사 횟수와 영양 섭취에 대한 오해와 통념을 지적했다. 나이가 들면서 체중 조절을 위해 식사 횟수를 줄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는 횟수를 줄이는 대신 하루 4~5회의 소식이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적당한 육류 섭취는 장노년 저속 노화의 필수인 셈이다.
잘 알려진 1만 보 걷기도 필요 없다는 것이 아보 교수의 지적이다. 장노년층이 ‘운동을 통한 중력 자극’으로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 8000보 정도의 걷기와 같은 운동이면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들어도 움직여라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첫 번째 원칙은 몸을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움직이는 힘이다. 걷기는 가장 쉬운 기본 운동으로 꼽히며, 하루 중 몇 번이라도 의식적으로 작은 활동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기 자세만 바꿔도 근육 사용 방식이 달라지는데, 발끝을 20~30도 정도 바깥으로 벌리고 펴서 걷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때 발바닥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느낌으로 걷는 것이 포인트다. 이런 걷기 자세는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고관절, 대퇴부, 발목의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빽빽한 보폭 걷기’처럼 보폭을 과도하게 늘리는 방법은 고관절 주변에 불필요한 부하를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발을 지나치게 높이 드는 동작 역시 수직 충격이 커져 고령자에게는 부담이 된다. ‘조금만 더 빠르고 조금만 더 크게’ 움직이라는 조언은 중년 이후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년 이후엔 근육이 앞으로 쏠리며 몸을 굽게 만드는 근막 손상이 두드러진다. 아보 교수는 ‘바닥에 엎드리기’를 추천한다. 엎드리면 중력 방향이 자연스럽게 바뀌면서 앞쪽 근육이 저절로 펴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가의 장비나 복잡한 스트레칭 없이도 근육의 미세한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움직이는 것만큼 수면도 중요하다. 정 교수는 저속노화의 핵심 키워드로 ‘잠’을 꼽았다. 잠이 부족하면 충동 억제 등 자기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고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30% 가량 높아진다. “식단, 운동, 마음챙김 등의 기둥을 잘 올려도 대들보가 무너지면 기둥은 서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반복,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
아보 교수는 ‘좋은 자세를 만드는 일상적 루틴’을 강조한다. 그가 소개하는 대표적 요령은 ‘양발을 어깨 너비 이상으로 넓히는 자세’다. 다리를 조금 더 넓게 벌리면 몸의 중심이 안정되고 허리 주변의 부담이 분산돼, 과도한 체중 증가나 근육 약화로 흔들리는 중년의 균형 감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50세 이후에는 작은 일상 습관이 삶 전체의 질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늙지 않는 몸’보다 ‘잘 늙는 몸’을 강조한다. 완벽한 젊음 유지가 아닌, 지금의 몸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체중 변화와 근육 손실 속도가 빨라지는 50대 이후에는, 과도한 운동이나 무리한 계획보다 지속 가능한 습관 관리가 더 효과적이다.
건강한 장노년의 방향은 결국 일상의 작은 반복에서 나온다. 장노년의 건강은 거창한 도약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습관의 누적’의 결과다. 하루 스트레칭 10분, 가벼운 산책, 규칙적인 수면, 햇볕 쬐기, 안정적인 중심 잡기와 같은 단순하면서도 소소한 실천은 저속 노화의 핵심 전략이 된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는 마음가짐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정 교수는 저서 말미에 “자신이 원하는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오늘의 생활환경을 조금 바꾸고 사소한 좋은 행동 하나를 추가하고 즉각적인 만족보다는 미래의 성취를 떠올리며 약간의 불편함을 경험해볼 것”을 제안하며 “지금 시작한 좋은 습관이 먼 훗날 놀라운 편안함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