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2025-11-29 11:28:57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연합뉴스
채 상병 순직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킨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 “이종섭을 호주로 내보내자”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 공소장에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내린 도피 지시 발언 등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병대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 재판으로 국방부 수뇌부 수사 외압 정황이 알려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이 전 장관 수사 요구가 거세진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자신까지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내보내려 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이 전 장관 대사 임명을 언급한 건 2023년 9월 12일이라고 봤다.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이 전 장관이 사의를 표한 날이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안보실장에게 “야당이 탄핵하겠다고 해서 사표 쓰고 나간 상황이 됐는데 적절한 시기에 대사라든지 일할 기회를 더 줘야 하지 않겠냐”며 “공관장을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라고 물었고, 조 전 안보실장이 호주대사를 추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전임 호주대사 임기는 2년 이상 남은 상태라 인사 교체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였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호주대사 교체는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 공소장에는 윤 전 대통령이 두 달 뒤인 2023년 11월 이 전 장관 대사 임명을 재차 지시하며 ‘내보내자’는 말을 썼다고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11월 19일 조 전 실장에게 “이제 이종섭을 호주로 내보내자”고 했고, 조 전 실장은 조구래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에게 “인사 프로세스를 준비하자”며 “기왕이면 빨리 보내라”며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호진 전 외교부 차관도 유사한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안보실장은 12월 5일 장 전 차관에게 이듬해 1월까지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장 전 차관은 외교부 인사 담당 실무자에게 “호주하고 모로코를 엮어서 빨리 진행하라”며 “이번 주 내라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에 상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전 장관은 호주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을 신속히 받을 수 있었고,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로 임명됐다. 이 전 장관은 출국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해온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한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33명을 기소하며 150일간 이어진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특검은 28일 “우리 특검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해병의 죽음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권력 윗선의 압력이 어떻게 가해졌는지 밝히기 위해 출범했다”며 “구성원 모두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했고, 주요 수사 대상 사건 대부분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고 강조했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으로는 피의자 13명을 기소했고, 전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 대령을 감금한 혐의를 받는 군 검사 2명도 재판에 넘겼다. 이 전 장관 호주 도피 의혹으로는 6명, 공수처 수사 방해와 직무 유기 사건으로 전현직 간부 5명, 채상병 순직 책임자 5명 등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채 상병이 속한 해병대 1사단 최고 지휘관인 임성근 전 1사단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