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몸값 9조 원 금양… 글로벌 배터리 시장 ‘캐즘’으로 기세 꺾여 [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입력 : 2025-07-20 20:09:00 수정 : 2025-07-20 20: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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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양 - 왜 위기 맞았나

‘꿈의 배터리’ 국내 첫 개발 기염
기술력 등 장점 불구 실적 저조
투자 늘면서 재정 상황 나빠져
대내외 경영 리스크 극복 관건

금양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4695 배터리를 국내 최초로 만든 기업이다. 금양의 4695 배터리 시험 생산 라인. 금양 제공 금양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4695 배터리를 국내 최초로 만든 기업이다. 금양의 4695 배터리 시험 생산 라인. 금양 제공

‘이차전지의 황태자’였다. 배터리 주요 3사가 아닌 부산 지역의 발포제 관련 회사가 이차전지 시장에서 이토록 주목받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현재는 상장폐지 위기에 빠졌다.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주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어느 회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부산 사상구에 본사를 둔 (주)금양이다. 금양은 70년을 이어온 지역의 향토기업이기도 하다.

부산일보와 부산상공회의소 기업동향분석센터가 공동으로 금양의 기업 가치와 미래 가능성을 점검하는 기업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금양은 여전히 기술력이 뛰어난 장점이 많은 기업이다. 한때 몸값 9조 원까지 올라갔던 것은 이차전지 붐도 있었지만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반면 금양은 자사의 미래 먹거리인 기장군 ‘드림팩토리2’의 준공을 미뤄야 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 환경 악화와 대내외적 경영적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잃어버린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일도 시급하다.

■기술력 - 우수

금양은 지난해 3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4695 배터리(지름 46㎜, 높이 95㎜) 개발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히며 배터리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4695 배터리는 지름 46mm, 높이 95mm의 원통형 배터리를 의미한다. 원통형 배터리는 소형 전자기기에 많이 쓰이는 AA 건전지와 같은 둥근 원통 모양을 이룬다.

1세대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18mm, 높이 65mm의 1865 배터리였다. 이후 지름 21mm, 높이 70mm의 2170 배터리가 출시됐으며, 원통형이라는 의미를 지닌 ‘0’을 붙여 ‘18650’ ‘21700’으로 부르기도 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통형 배터리는 21700 배터리다.

꿈의 배터리로 일컬어지는 4695 배터리는 BMW가 지난해 말 독일 파스도르프 배터리셀제조역량센터에서 시험 생산에 들어간 바 있지만, 국내에서 개발에 성공한 것은 금양이 처음이었다. 현재 금양은 12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고용량 급속충전 원통형 4695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위한 단계별 검증을 진행 중이다.

■브랜드 - 약함

금양은 이차전지의 대표 주자였다. 전기차 시대에 맞춰 부산에서 금양만큼 이름을 알린 기업은 없었다. 분명히 금양의 브랜드 가치는 높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불성실 공시의 기사에는 ‘금양’이라는 이름이 따라붙는다. 인지도는 높지만 브랜드 측면에서는 좋은 일은 아니다. 다른 의미로 유명세를 치르는 중이다.

반면 금양이 일련의 부정적인 상황을 뒤집는 계기를 만든다면 제조업에서 업종 전환 후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부산의 향토기업이 대기업들을 제치고 4695 배터리를 최초 개발한 일은 엄청난 사건이다. 이를 브랜드 명성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실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포지셔닝 - 보통

금양은 원통형 배터리가 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배터리는 원통형, 파우치형, 각형 등으로 타입이 나누어진다. 원통형 배터리는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와 달리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단점이 있지만 구조상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용이하고 제조 효율이 높으며, 표준화된 규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생산 원가가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다른 타입에 비해 안전성도 높다고 여겨진다.

이 때문에 금양은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뿐만 아니라 로봇, 드론 등에서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금양뿐만 아니라 삼성 SDI, LG 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이 원통형을 제작하고 있어 기술 격차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금양이 내세우는 장점은 하이니켈이다. 금양이 최대 주주인 SM랩은 울트라 하이니켈 97%의 단결정 양극재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금양 배터리 양극재는 97%로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더 길어진다.

■재무 상황 - 약함

금양의 당기순이익은 2022년 -76억 원, 2023년 -658억 원, 2024년 -1329억 원이었다. 이는 공장 증축 등 투자가 늘어난 데 반해 실제 거래는 없었기 때문이다.

금양은 지난 3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았다. 감사인은 한울회계법인으로, 금양의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을 사유로 들었다. 한울회계법인은 “회사가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공장 완공 이후 자산을 담보로 한 자금 조달 및 지속적인 투자 유치 계획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부환경 - 약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고 있다. 금양을 비롯한 다른 배터리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로 최근 배터리 3사의 경영 실적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러한 상황에 기업 기초 체력이 약한 금양의 미래도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관건은 캐즘으로 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 환경이 언제 회생하느냐인데, 캐즘이 언제 끝날지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상장폐지 위기에서 1년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은 금양에게 중요한 것은 자금조달이며 현재의 상황에서는 온전히 투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에 캐즘이 길어지면 그만큼 배터리 기업의 전망이 나빠지고 이는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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